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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사 논란' 속 날개 꺾인 마당쇠... 전천후 잠수함 임기영, 돌고 돌아 고향 품에 안겼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2 19:48

수정 2026.01.02 20:31

ABS 파고에 휩쓸린 잠수함... 정든 타이거즈 유니폼 벗고 '눈물의 작별'
2차 드래프트로 불펜 헐거운 삼성의 '구원투수' 낙점
"좋은 기억만 갖고 떠납니다" KIA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임기영이 1회에 투구하고 있다.뉴스1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임기영이 1회에 투구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프로야구판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이토록 급격한 추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의 마운드를 지탱하던 든든한 ‘애니콜’이 이제는 붉은 유니폼을 벗는다.

한때 팀을 위해 팔이 빠져라 던졌던 ‘마당쇠’ 임기영(33)이 결국 KIA와의 9년 동행을 마치고 고향 팀 삼성 라이온즈의 품에 안겼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자. 2023년의 임기영은 말 그대로 ‘철인’이었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기록이 말해준다. 그는 2021년 선발로 153이닝, 2022년 129.1이닝을 소화했다. 이미 어깨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음에도 2023년, 그는 불펜으로 보직을 옮겨 무려 82이닝을 던졌다. 불펜 투수가 80이닝을 넘긴다는 것은 혹사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수치다. 당시 성적은 4승 4패 3세이브 16홀드. 김종국 전 감독 체제 하에서 그는 대체 불가능한 ‘필승조’이자 ‘롱릴리프’였고, 팀의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마당쇠였다.

하지만 그 헌신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거짓말처럼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KIA 임기영이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양현종의 대체 선발로 나와 5⅓이닝 1실점하며 시즌 3승을 수확했다.뉴스1
KIA 임기영이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양현종의 대체 선발로 나와 5⅓이닝 1실점하며 시즌 3승을 수확했다.뉴스1

가장 중요했던 FA 시즌인 2024년, 임기영의 구위는 눈에 띄게 무뎌졌다. 여기에 KBO리그에 도입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는 사이드암 투수로서 ‘칼제구’를 생명으로 하던 그에게 치명타가 됐다.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찌르던 예리함이 기계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2024시즌 37경기 등판, 6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6.31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결국 3년 15억원이라는 초라한 금액에 FA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인 줄 알았던 2024년을 지나 맞이한 2025년은 지옥이었다. 몸도, 마음도 말을 듣지 않았다. 지난 시즌 임기영이 1군 마운드에서 던진 공은 고작 '9이닝'. 한 시즌에 150이닝을 책임지던 투수가 9이닝 투수로 전락하는 데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팬들은 안타까워했다. "2023년에 너무 많이 던져서 탈이 난 것 아니냐"는 동정론이 일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KIA는 결국 전력 외로 분류된 임기영을 2차드래프트 명단에서 제외했다. 벼랑 끝에 몰린 임기영에게 손을 내민 것은 고향 팀 삼성 라이온즈였다.

사실 임기영은 '대구 사람'이다. 수창초, 경운중, 경북고를 졸업한 그는 누구보다 대구의 야구 정서를 잘 이해하는 선수다. 돌고 돌아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임기영이 2차 드래프트 명단에서 제외되며 3R 에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뉴스1
임기영이 2차 드래프트 명단에서 제외되며 3R 에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뉴스1

삼성으로서도 2년 연봉 6억원, 옵션 2억원 정도가 남아있는 임기영은 긁어볼 만한 복권이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불펜, 특히 허리를 책임져줄 베테랑 자원이 늘 아쉬웠다.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경기의 흐름을 끊어주거나 긴 이닝을 책임져줄 경험 많은 사이드암 투수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임기영은 아직 30대 초반이다. 2023년의 혹사 여파와 ABS 적응 실패가 겹쳤을 뿐, 그가 가진 경험과 노련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구속이 아닌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이기에, 밸런스만 되찾는다면 삼성 불펜의 핵심 조각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팀을 위해 자신을 태웠던 마당쇠는 이제 푸른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마운드에 선다. 지난 2년의 악몽을 털어내고, 익숙한 고향의 공기를 마시며 다시 한번 '애니콜'의 벨소리를 울릴 수 있을까.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광주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넨 임기영의 시선은 이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향하고 있다.

임기영 SNS에 KIA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SNS 캡쳐
임기영 SNS에 KIA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SNS 캡쳐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