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직원, 고객 요구에 사고 원인 조작
‘이륜자동차 운전 중 상해’→ ‘넘어져 다침’
대법원은 최종 이 행위를 ‘기망’이라고 판단
‘이륜자동차 운전 중 상해’→ ‘넘어져 다침’
대법원은 최종 이 행위를 ‘기망’이라고 판단
지난 2021년 국내 한 보험사에 근무하고 있던 직원 A씨는 고객의 아들 B씨에 대한 보험금 청구서를 임의로 수정했다.
상해 원인 ‘넘어져 다침’으로 둔갑
B씨는 전동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다쳤다. 하지만 고객이 가입한 보험에선 ‘이륜자동차’ 운전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선 보장하지 않았다. 고객은 방법이 없겠냐고 계속 물어왔고, A씨는 결국 상해 발생 원인을 ‘넘어져 다침’으로 바꿔버렸다. 명백한 허위기재였다.또 사고 경위가 드러날 수 있는 응급 초진차트는 고의로 누락시키는 등의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보험사에 의해 적발됐고 A씨는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사고 원인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했을 때 이를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항소심서 무죄, 대법원은 유죄취지 파기환송
1심은 “설령 보험금 지급 대상이 맞다고 해도 사고 원인을 허위 기재하고 응급 초진차트를 일부러 누락시킨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렵다”며 기망행위로 인정했다.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발행 2년 전인 2019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전동킥보드가 약관상 이륜자동차에 포함되는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보험사가 ‘전동킥보드 사고 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객에 대한 보험금 지급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마지막 최종심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이 A씨 행위는 사회통념상 권리행사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가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전동킥보드 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달리 (기망이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박철현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장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사고라고 해도 사고 발생 내용, 원인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입력하는 것만으로 ‘기망’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을 때 ‘누구나 운전’이라는 특약이 있는 보험에 가입돼있다고 해도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거나 사고 일시를 조작해 접수할 때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