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개내외 대형 국책과제 선정
과제당 500억~1000억 집중 투자
소득세 줄이고 스톡옵션 과세 완화
기업간 M&A활성화 위한 세제지원
테스트베드 트리니티 팹 구축기간
현재 7년→3.5년으로 단축 필요
과제당 500억~1000억 집중 투자
소득세 줄이고 스톡옵션 과세 완화
기업간 M&A활성화 위한 세제지원
테스트베드 트리니티 팹 구축기간
현재 7년→3.5년으로 단축 필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반도체 산업은 다시 한 번 슈퍼호황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NextMSC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약 33%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2030년에는 약 2955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단기적 수요 증가가 아닌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AI 서버 확산에 따른 구조적 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시스템 LSI, 로직 파운드리에 이르는 전 영역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반도체 제조강국으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12%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AI 반도체 수요 증가는 단순한 생산량 확대를 넘어 초미세화·고집적화·고신뢰성 공정 경쟁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18~20%에 머물러 있으며, 소재 국산화율 역시 30~35%에서 장기간 정체돼 있다. 핵심 장비와 소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는 공급망 리스크 확대는 물론 공정 최적화 속도 저하와 제조원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특히 지정학적 갈등과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해외의존 구조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 매출 규모에서도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의 리스크가 드러난다. 2024년 기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의 매출 합계는 178조원에 달하지만 국내 상위 10개 반도체 장비기업들의 매출 규모는 10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네덜란드, 미국, 일본의 글로벌 상위 10개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매출 140조원 규모로 반도체 가치사슬의 상단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도 상위 10개 반도체 장비기업의 매출액이 18조원 수준으로 이미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매출을 추월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제조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소부장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불균형 구조'에 놓여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AI 반도체 슈퍼호황을 일시적 호재로 끝내지 않고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소부장 산업에 대한 국가 전략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정책적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글로벌 최고 수준의 소부장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형·장기 연구개발(R&D) 전략이 필요하다. 매출 1조원 이상 소부장 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연간 10개 내외의 대형 국책과제를 선정하고, 과제당 500억~1000억원 규모의 집중투자를 통해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연결해야 한다. 반도체 장비는 개발부터 양산까지 3~5년, 소재는 5~7년이 소요되는 산업인 만큼 중장기 관점의 안정적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둘째, 소부장 산업 인력과 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소부장 기업 종사자의 낮은 보상구조는 우수인재 유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다. 소득세 감면, 스톡옵션 과세 완화, 소부장 기업 간 M&A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은 기술 축적과 기업 규모 확대를 동시에 유도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다.
셋째, 소부장 중심의 산업 거버넌스와 테스트베드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소자 기업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소부장 전담 연구조직을 신설하고, 기술검증과 양산 연계를 전담할 중립적 소부장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7년으로 계획된 소부장 테스트베드 트리니티 팹 구축 기간은 반도체 기술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과도하게 길며, 이를 3.5년 이내로 단축해 모든 소부장 기업이 신속히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운영해야 한다.
AI 반도체 패권 경쟁은 이제 누가 더 많은 칩을 생산하느냐의 경쟁을 넘어, 누가 더 자립적이고 탄탄한 소부장 생태계를 갖추었는가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소부장 육성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이 AI 시대에도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의 정책 결단이 향후 10년 대한민국 반도체 제조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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