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급여 암종 확대됐지만
2년 제한에 장기 투약환자들 제외
"재정 부담 이해하지만 납득 안돼"
의료 전문가들도 "공감대 낮다"
2년 제한에 장기 투약환자들 제외
"재정 부담 이해하지만 납득 안돼"
의료 전문가들도 "공감대 낮다"
■"生死 넘긴 8년, 돌아온 건 422만원 영수증"
1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소장암 환자 이모 씨(75)는 2017년부터 키트루다 치료를 받아왔다. 표적치료제 실패 이후 마지막 치료 옵션으로 선택한 키트루다 덕분에 4기 암 판정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18회의 투약을 이어오고 있다.
이씨는 매월 약 300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부담해 왔고, 누적 약제비는 수억원에 이른다.
병원은 건강보험공단 지침상 '투약 시작 후 2년 이내인 환자에게만 급여를 적용한다'는 기준에 따라 이미 2년 이상 치료를 받아온 환자는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이씨처럼 장기 투약 환자들은 급여 확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이씨는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예산이 한정돼 1인당 2년만 지원한다는 원칙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미 고액의 치료비를 감당하며 오랫동안 치료를 이어온 환자를 배제하고, 신규 환자만 지원하는 기준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줄을 서서 7시간을 기다린 사람은 입장할 수 없고, 나중에 온 사람만 바로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라도 투약 기간이 오래된 환자부터 순차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키트루다를 공급하는 한국MSD에도 서한을 보내 "장기간 치료비를 부담해 온 환자들을 위해 제약사 역시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정 부담 이해하지만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고가 항암제 급여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약 기간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 이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건강보험 적립금이 2030년 전후로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건강보험이 부담한 진료비와 약제비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키트루다는 다양한 암종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로, 급여 범위가 확대될수록 재정 부담 역시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장성 확대 정책이 정교한 기준 없이 적용될 경우 또 다른 사각지대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생존한 환자들에게 사실상 "이미 오래 살았기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현행 기준은 사회적 수용성이 낮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급여 확대라는 제도적 진전 이면에서, 누군가는 오히려 더 큰 부담을 떠안고 있다"면서 "키트루다 급여 정책을 두고 재정 효율성과 환자의 생명권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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