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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글로벌 안보 파트너로... 明 550억달러 수출 효자의 위상[도약하는 K방산]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2 18:19

수정 2026.01.13 09:48

(2) 방위산업의 명과 암
美 싱크탱크 등 "안보 조력자" 평가
통상 10년 실전배치, 3년으로 줄여
무기 분해·역설계가 만들어낸 기적
판매 넘어서 군수 지원 등 책임지는
글로벌 안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
든든한 글로벌 안보 파트너로... 明 550억달러 수출 효자의 위상[도약하는 K방산]
든든한 글로벌 안보 파트너로... 明 550억달러 수출 효자의 위상[도약하는 K방산]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주요 방위산업(방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최근 K방산을 가리켜 '수출 효자'라는 표현도 회자된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리나라의 방산수출액(최근 4년간 누적 수주액 기준)은 550억 달러를 넘어섰다.

폴란드에 수출된 K2 흑표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와 FA-50 경공격기, 그리고 중동과 동남아, 중남미, 더 나아가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수주에 이르기까지 확대일로다.

■ K방산 3년 내 실전배치… '풀 패키지' 전략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의 방위산업(K방산) 도약에 대해 "미국 국방 공급망의 핵심 조력자"로 평가했다.



지난해 9월 17일 워싱턴 D.C. CSIS 본부에서 열린, CSIS-방위사업청(DAPA) 공동 주최 콘퍼런스에선 한국을 '회복력 있는 방산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라며 이같이 적시했다. 그러나 지금의 K방산 성공을 단순히 "가성비 좋은 무기를 많이 수출했다"는 프레임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세계가 한국 무기에 환호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우선 표면적인 경쟁력은 분명하다. 유럽이나 미국 방산기업들이 10년의 납기를 제시할 때, 한국은 경이로운 3년 내 실전배치를 가능케 했다. 전쟁의 그림자가 짙어진 상황에서 이는 단순한 장점이 아니라 '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K방산은 교육훈련, 탄약, MRO를 포함한 패키지 제안과 유연한 애프터서비스 역량까지 배가했다. 구매국 입장에서는 한국 무기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이른바 '풀 패키지' 전략이 주효했다. 유럽 방산 강국들은 냉전 종식 이후 '평화의 배당금(Peace Dividend, 국방비 감축·복지 예산 확대)' 시대를 누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사시에 대비한 전력(戰力) 비축 물자 부족이라는 현실을 마주했다. 하지만 이를 즉각적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K방산이다.

■선진국의 견제… 기술 습득서 자립으로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K방산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순조롭지는 않았다. 한국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기 위해 수모에 가까운 견제를 견뎌야 했다. 핵심 소스코드, 엔진 기술 등은 이전해 주지 않거나, 이전하더라도 '블랙박스' 형태로 제공해 내부를 열어보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내 방산 관련 연구원들은 '역설계'와 밤샘 연구를 통해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사투를 벌여왔다. 지난 2017년 8월에는 K9 폭발 사고로 군인들의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현무 미사일 개발·어뢰 시험 등 수많은 무기 체계 개발 과정에서 시험 중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연구원과 장병들도 적지 않다. 엄 총장은 K9자주포는 지난 2019년에는 육군납품이 종료돼 향후 기업매출과 품질에 대한 신뢰 저하 위기도 발생했다. 하지만 위기에 부닥쳤을 때 물러서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며 오히려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꿋꿋하게 버틴 우리 기업들의 결심과 결단이 있었기에 K방산이 오늘날과 같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무기 구매, 40~50년간 안보 생태계와 연결

산업연구원(KIET) 방위산업연구부장을 지낸 장원준 전북대 교수는 "K방산의 진짜 힘은 무기를 파는 순간이 아니라, 이후 40~50년 동안 작동하는 구조에 있다"며 "전차와 자주포, 항공기와 미사일은 한 번 도입되면 30~50년을 운용한다"고 짚었다.

한국 무기를 구매한 순간부터 운용기간 동안 해당 국가는 MRO, 성능개량, 부품과 탄약 공급, 교육과 훈련 체계까지 필연적으로 우리의 방산·안보 네트워크에 들어와 협력을 구하게 된다. 무기 수출은 중장기적인 '안보 생태계 편입'의 출발점이란 얘기다.
폴란드는 단순히 한국 무기를 산 것이 아니다. 자국 방위산업과의 협력, 현지 생산과 정비 인프라 구축, 정비요원 교육, 그리고 차기 개량형까지 향후 수십 년간 한국과의 군사·산업·외교· 안보 측면이 연결된 '안보 플랫폼'을 선택한 셈이라는 진단이다.


장 교수는 "'풀 패키지' 전략을 넘어 인공지능(AI), 디지털 전장 체계, 공동개발·생산과 제3국 공동 수출로 이어지는 안보 생태계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K방산은 '수출 산업'을 넘어 동맹국의 산업과 안보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산업으로 굳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