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념·정책방향 다른 인물 지명
정치적 목적 우선으로 해석돼
내란·특검 정국 종식 선언하고
보수 장관의 소신 받아들여야
통합의 진정성 모두가 납득해
이념·정책방향 다른 인물 지명
정치적 목적 우선으로 해석돼
내란·특검 정국 종식 선언하고
보수 장관의 소신 받아들여야
통합의 진정성 모두가 납득해
예산처 신설은 이 대통령의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정통관료 아닌 정치인 장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그 연장선이다. 이른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여당 정치인은 확대재정에 관한 대통령 뜻을 반영할 게 분명하다. 여당 내 후보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후보자 지명에 애초 강성 지지층 등 여권의 충격이 더 컸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이 내포한 정치적 의도는 분명하다. 보수진영에 균열을 내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용이라는 해석도 들린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이 장관'이 편성한 예산이라면 야당이 '이재명 표' 예산이라고 시비하는 게 멋쩍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이 후보자 지명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중이다. 이 후보자는 이른바 '윤 어게인' '탄핵반대' '부정선거론'의 주도적 인물이었다. 그가 이 대통령 한마디에 공개적인 반성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동안 금기시했던 '계엄은 내란'이라고 분명히 지칭했다. 막말, 갑질 등에 이어 결혼한 아들의 혼인신고를 미루는 '위장미혼'(위장이혼이 아니다)을 통해 아파트에 당첨된 사실도 공개되었다. 이 후보자에 대한 폭로가 이어질수록 역풍이 야당을 향해 부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런 사람을 다섯번이나 공천한 게 국민의힘 아니냐는 반문이 나온다.
19일 청문회까지 이 후보자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가 최종적으로 장관이 되면 좋고, 혹 개인 흠결로 낙마해도 진보 진영이 욕먹을 일은 아니다. 통합·실용·포용의 점수를 얻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잃을 게 없다. 정치인의 행보가 이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통합·실용이라는 설명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도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후보자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특정한 세력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 모두를 대표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일곱 색깔 무지개와 같은 집단이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회를 통째로 다 파랗게 만들 수는 없다." "빨간색도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다."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지면 제약만 아니면 발언 전체를 인용하고 싶을 정도로 구구절절 옳은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임을 표방한 바 있다. 국민통합이 이 대통령의 오랜 꿈이라는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의 설명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통합·실용·포용에 대한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진정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당장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우선 더 이상의 특검정국, 내란몰이는 그만하라는 지시를 해야 한다. 당에 지시하는 게 어렵다면 국민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내란청산 TF' 활동도 이제 청산해야 한다. 시기가 마침 좋다. 여당은 한병도 원내대표 등 새 진용을 갖추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도 오늘 혹은 다음 기일에 1심 재판이 끝나면서 한 매듭을 짓게 된다. 1심 재판을 마치면 항소심에서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한다는 안전판도 만들어 놓았다.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 설정도 새롭게 해야 한다. '이혜훈 장관'을 확장재정 등 자신의 소신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방패막이로 쓰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대통령의 확대재정과 보수 장관의 건전재정 소신을 건강하게 조화시킬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전 정권 책임으로 돌릴 수 있었다.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소용돌이 정국 탓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온전히 현 정부의 책임이다. 실력이 그대로 실적으로 연결되게 되어 있다. 여야 경쟁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돼 버리는" 원시적 상태를 벗어나려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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