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재정 대도약 원년' 李정부에 바란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2 18:32

수정 2026.01.12 18:32

정상균 경제부 부장
정상균 경제부 부장
우리 경제는 좋고 나쁨이 교차한다. 좋은 것부터 보면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 코스피 신기록(12일 종가 4624.79)이 이재명 정부의 치적이 될 만하겠다. "어어" 하면서 '코스피 5000도 가능하겠네' 하는 기대심리에, 정부가 이에 호응한 정책들로 합을 맞추고 있으니 말이다.

수출도 좋다. 정부의 정책 성과라 할 수는 없지만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통할 만하다.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것인데, 준비 없이는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골칫거리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말에 국민연금 투자 재구조화, 달러 환류 세제 혜택 등과 같은 네댓 가지의 단기대책 '환율 안정 시리즈'를 내놓았다. 급기야 지난 연말엔 달러를 대거 풀어 환율을 1420원대로 끌어내려 놨다. 그런데 아뿔싸, 환율은 도로 1468원대(12일 원·달러 환율 종가 1468.4원). 정부의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새해가 밝자마자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조금 올라간 원화를 달러로 바꿔 잽싸게 미국 증시에 집어넣었다. 1600억달러가 넘는 잔고를 보유한 서학개미들이 열흘도 안된 단기간(이달 1~9일)에 순매수한 미국 주식이 역대 최대인 20억달러에 육박했으니 말이다. 전 세계의 돈과 첨단기술을 빨아들이는, 자국 보호주의로 팽창하는 미국 경제에 베팅하는 것을 누가 탓하겠는가. 이런 추세로 봐서 환율은 지난해 연고점(1487.6원)도 넘어설 것 같다.

원화 가치가 추락하면 정부가 쏟아붓는 재정 투입의 쓸모도 줄어든다. 고환율 인플레이션 탓에 가계는 실질소득이, 기업은 실적이, 나라는 세수가 쪼그라드는 것이 매한가지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어림잡아 1000조원 넘는 재정을 '성장률 2.0%' 달성에 투입한다. 가히 '재정 대도약의 원년'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고작 '2% 성장'이라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씁쓸하기까지 하다. 더 나쁜 것은 반도체 수출 기여분(0.4%p)을 빼면 올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한국은행 전망치 1.8% 가정)이라는 전망이다. 왜곡과 착시였던 것이다. 이뿐 아니다. 올해 역대 최고(올 고용률 63%)로 올라갈 것이라는 고용통계도 재정을 뿌려 만든 노인층 공공일자리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 불균형으로 양극단이 벌어지는 이른바 'K자형 성장'이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한다. 그간 'K(대한민국)'의 쓰임새가 꽤나 긍정적이어서 낯설기까지 하다. 그러나 나라 세입이 줄고 지출이 늘어 쩍 벌어지는 '악어의 입' 같은 재정 양극화가 '성장' 국면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넉넉하지 않은 나라 재정이 미래산업에 투자돼 국부를 키워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그 안에 이재명표 현금살포 정책이 슬쩍슬쩍 끼여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10개군 시범사업 2341억원), 아동수당 확대(월 최대 13만원) 등 신설·확대된 복지성 지출이 그런 것이다. 이런 현금성 복지는 중독성이 강해 한번 맛보면 끊기가 어렵다. 지난해 13조원어치 소비쿠폰(민생회복지원금)의 단맛도 고작 몇달이 지났는데 기억나지도 않는다. 여기에다 노인의 70%에게 23조원을 나눠주는 기초연금, 매년 8% 이상 불어나 올해 지출 1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적자에 빠진 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이 모두 의무지출이다.

초고령화된 대한민국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싶다가도 일하는 현세대가, 정치인이, 정책결정권자들이 충분히 노력했는지 의문스럽다. 지연된 개혁에 현재와 미래세대가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2년차 이재명 정부는 올해를 '경제 대도약의 원년'이 아닌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반시장 규제를 풀고,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8대 공적연금·사회보험을 개혁하는 과제를 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31년, 다음 정부의 대통령이 나랏빚 2000조원을 떠안고 '경제 대도약 원년'이라고 또 선언할 것 같다.

skju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