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156.0→75.8%..순차입금 1兆 넘게 줄여
노후선 12척 매각..선가 상승에 현금 확보
노후선 12척 매각..선가 상승에 현금 확보
[파이낸셜뉴스] 대한해운이 미래 경쟁력 제고 대신 빚을 먼저 갚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사들이 신조 발주로 보유 현금을 소진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시장에서는 이를 구조조정 전문가인 우오현 SM그룹 회장(사진)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만큼, 비살 때 매각하고 쌀 때 사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56.0%에서 2025년 9월 말 75.8%로 급감했다.
해운업계는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탈탄소 규제 시행을 대비해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대한해운의 중고선 매각이 글로벌 해운사들의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탈탄소 규제 대상 선박을 매각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신조선 발주가 한동안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부담 해소 차원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우오현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우 회장은 위기의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방식으로 SM그룹을 키워왔다. 현재 SM그룹 계열사는 총 58개에 달한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대한해운이 높아진 선가를 고려해 신조 발주를 제한하면서 2023년 9월 마지막 신조선이 인도된 후 신조선 발주가 없어 투자부담이 줄어들었다"라며 "장기계약이 종료된 선박 등을 신규 계약에 투입하기 보다 중고선을 높은 가격에 매각하면서, 단기간에 재무안정성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대한해운 부채비율, 75.8%로 급감
그동안 대한해운은 영업현금창출 규모를 상회하는 CAPEX(자본적지출) 투자가 지속되면서 차입부담은 2023년까지 추세적으로 확대돼 왔다. 2021년 주주배정 유상증자 1865억원, 2억3000만달러에 컨테이너선 9척을 매각했지만 타 선종 대비 고가인 LNG선 및 LNG벙커링선 6척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되면서다. 이에 순차입금은 2021년 말 1조8000억원에서 2023년 말 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 9월 말 누적 기준 장기계약에서 창출되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3% 감소한 것도 우 회장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의 장기계약 영업이익은 2024년 9월 말 누적 1799억원에서 2025년 9월 말 누적 1383억원으로 줄었다. 2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이 한국가스공사와의 25년 간의 운송계약 종료 후 1년마다 갱신하는 형태로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운임이 하락했다.
이동수 대한해운 대표이사는 최근 인터넷 네이버페이증권의 ‘대한해운 종목토론방’에서 "2024~2025년에는 보유선박 매각으로 차입금 6250억원을 상환했다. 총 1조217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해운은 1968년 12월에 설립된 중견 해운사다. 2011년 1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SM그룹의 인수를 통해 2013년 11월 회생을 졸업했다. 당시 SM그룹은 TK케미칼 주도하에 그룹 계열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대한해운의 신주와 회사채를 인수했다. 2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꾸준히 줄여왔다. 주요 경쟁사들이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에스엠상선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48.81%를 보유하고 있다.
■삼라마이다스, 에스엠상선 차입지원
SM그룹은 대한해운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엠상선에 대한 지원도 늘리고 있다. 삼라마이다스는 지난해 말 에스엠벡셀 주식 2616만4000주를 주당 2274원에 매각했다. 594억9700만원 규모다. 에스엠상선 대출금 상환 채무 상계를 위한 목적이다. 덕분에 삼라마이다스의 에스엠벡셀 지분율은 34.74%에서 12.29%로 감소했다.
삼라마이다스는 에스엠상선에 2026년 12월 19일까지 운영자금 목적으로 150억원 규모 차입금을 지원했다. 이자율은 5.8%로 차입총계는 187억원이다. 이와 관련 삼라마이다스는 보유한 동아건설산업 보통주 34만6170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2025년 12월 26일에는 삼라마이다스는 만기도래한 에스엠상선의 차입금 일부 받은 후 잔여차입금 1285억0000만원의 만기를 2026년 12월 26일까지 연장했다. 이자율은 5.8%다. 이와 관련 삼라마이다스는 보유하고 있는 에스엠상선 보통주 307만6813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차입총계는 1472억원이다.
2024년 말 기준 에스엠상선의 주주는 삼라마이다스 41.35%, 티케이케미칼 29.55%, 삼라 29.09%, 에스엠인더스트리 0.01% 등이다. 대한해운 45.18%, 에스엠상선경인터미널 100%, SM LINE (SHA) CO., LTD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연결종속기업 지분율로 보면 대한상선 70.49%, 케이엘씨에스엠 65.80%, 한국선박금융 62.36%, 대한해운엘엔지 100%, 창명해운 51.25%, 한덕철광산업 100%를 보유하고 있다.
■승계 구도 맞춰 지배력 재정비
우오현 회장은 다수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사실상 ‘총수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이사회 견제 기능 약화와 내부통제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전형적인 지배구조 리스크라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인(총수) 지정 이후 이 같은 이사 겸직과 의사결정 집중 구조를 통해 내부거래·사익편취가 용이해지는 점을 대기업집단 일반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규제 범위를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그룹으로까지 확대한 바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사실상 ‘총수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이사회 견제 기능 약화와 내부통제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전형적인 지배구조 리스크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오너2세 우기원씨를 정점으로 한 차세대 승계 구도에 맞춰 핵심 캐시카우·상장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배력을 재정비하고, 규제 부담이 큰 비상장 ‘그림자 계열사’를 포트폴리오에서 덜어내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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