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호주와의 평가전도 '1무 1패' 열세
계속된 무전술 논란... 이제는 '말' 아닌 '전술'로 증명할 때
계속된 무전술 논란... 이제는 '말' 아닌 '전술'로 증명할 때
[파이낸셜뉴스]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겠다."
가까스로 8강행 막차를 탄 이민성 U-23 축구대표팀 감독의 일성이다. 비장한 각오였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여론의 온도는 차갑다.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다짐하기엔, 8강에 오르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큰 '부끄러움'을 안겼기 때문이다.
이민성호는 지난 1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2로 완패했다.
한국을 8강에 올려놓은 건 이민성 감독의 전술이 아니라, 같은 시간 이란을 1-0으로 잡아준 '레바논의 투지'였다. 이른바 '도하의 기적'으로 포장됐지만, 냉정히 말해 타력에 의한 생존이었다.
팬들은 이미 지난 우즈벡전에서 태극마크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8강 진출 직후 나온 감독의 인터뷰는 이러한 참담한 경기력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보다는, 원론적인 '각오'에 그쳤다. "팀 전체가 잘 준비하겠다"는 말은 조별리그 내내 반복됐던 레퍼토리다. 팬들이 감독의 현실 인식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유다.
8강 상대인 호주에 대한 이 감독의 분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호주는 조직력과 공수 밸런스가 좋고 피지컬이 강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승부사로서의 날카로운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데이터는 불안함을 가중시킨다. 역대 U-23 대표팀 전적은 9승 4무 3패로 한국이 앞서지만, 가장 최근 맞대결인 지난해 6월 국내 평가전에서는 1무 1패로 승리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한국은 호주의 높이와 힘에 고전했다.
이번 대회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국 수비진은 상대의 몸싸움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우즈벡보다 더 크고 강한 호주를 상대로 "피지컬이 강하다"는 원론적인 경계심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구체적인 파훼법 없이 정신력만 강조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민성호는 오는 18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호주와 운명의 8강전을 치른다. 이기면 4강에 진출해 일본-요르단전 승자와 붙게 되지만, 지면 '남의 힘으로 올라와서 광탈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부끄럽지 않겠다"는 말 뿐인 다짐이 아니다. 지난 반년 동안 준비했다던 전술, 그리고 호주의 피지컬을 무력화시킬 확실한 전략이다.
운 좋게 얻은 기회(8강)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이민성 감독의 인터뷰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립서비스'였는지, 아니면 비장의 무기를 숨긴 '연막작전'이었는지는 그라운드 위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한국 축구는 지금 말보다는 '증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