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자영업자 울린 '기업형 노쇼 사기단' 캄보디아서 붙잡았다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5 18:21

수정 2026.01.15 18:21

병원·군부대·대학 직원으로 사칭
대리구매 차익 미끼로 38억 갈취
외국인 지시 받고 한국인이 작업
현지서 17명·국내서 6명 검거
캄보디아에서 범죄단체 외국인 총책의 지시를 받은 한국 조직원들이 우리 소상공인을 상대로 이른바 '노쇼사기' 행각을 벌이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외국인 총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15일 김보성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합수부) 부장검사는 브리핑을 열고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등에 근거지를 두고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소상공인 피해자 215명에게서 총 38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조직원 23명을 전원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부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최상층부의 외국인 총책을 제외하고 실제 범행을 실행하는 총괄과 팀장·팀원은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모집책이 국내에서 조직원을 끌어모아 현지로 보내고, 범행에 쓰일 계좌·통장을 마련하는 유통책까지 두는 등 역할 분담이 체계적인 '기업형' 구조로 활동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병원·군부대·대학 직원 등을 사칭한 1차 유인책이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미끼로 "와인이나 군용 장비 등을 대리구매해달라"고 요청하면, 2차 유인책이 실제 판매업체인 것처럼 접근해 피해금을 송금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은 정상적인 거래 절차를 가장해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전동드릴 등 상대적으로 저가 제품의 구매를 확정해 신뢰를 쌓은 뒤 철물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질식소화포' 같은 고가 품목을 언급하며 "군 승인이 났는데 결제가 어렵다. 대신 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후 특정 업체를 가장한 2차 유인책이 연락해 입금을 유도했고, 소상공인이 보낸 돈은 그대로 가로챘다. 김 부장검사는 "예약 자체보다 2차 대리구매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들 조직은 소상공인들의 '마진 기대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예컨대 군용 장비 정상가가 개당 50만원인 것처럼 제시한 뒤 "40만원에 대리 구매해주면 된다"고 속였다. 피해 상인은 이를 중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로 착각해 개당 10만원가량의 마진이 남는다고 믿고, 구매 수량을 늘릴수록 수익이 커진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동욱 합수부 주임수사검사는 "'급히 필요한데 납품업체가 단가를 올렸다'는 식으로 접근했다"며 "피해자들이 '대리구매를 해주면 차익이 남는 거래'라고 오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짜 명함·공문·구매요청서 등을 만들고 범행 멘트와 입금 요구 금액까지 사전에 대본화했다. 병원·대학 사칭의 경우 홈페이지에 공개된 의료진·교수 명단 등을 악용했다.

피해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법도 썼다. 한 번에 큰돈을 요구하는 대신 입금액을 900만원 단위로 나눠 송금하게 해 피해자가 금액에 대한 경계심을 덜 느끼도록 유도했다고 합수부는 전했다.

합수부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지난해 6월 초기 정보를 제공받아 수사에 착수한 후 40여일만에 캄보디아 현지에서 조직원 17명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나머지 6명은 국내에 몸을 숨겼지만 덜미가 잡혔다. 다만 외국인 총책의 국적과 신원 등에 대해선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는 "(검거된 조직원들은) 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는 경우도 있어 감금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까지 구속된 인원을 포함해 전체 조직원을 대략 30여명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