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졸전 본 일 네티즌들 "손흥민 없으면 한국 축구 무너질 것"
박문성 "아시아 EPL 득점왕? 다시는 안 나와"… '손흥민 보유국'의 착시
박문성 "아시아 EPL 득점왕? 다시는 안 나와"… '손흥민 보유국'의 착시
[파이낸셜뉴스] "손흥민이 은퇴하면 한국 축구는 끝이다."
듣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U-23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민낯을 보면, 이 말이 옆 나라의 질투 섞인 저주가 아니라 '뼈아픈 미래 예언'처럼 들려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2살 어린 우즈베키스탄에 0-2로 완패하며 졸전을 거듭하자, 일본 반응은 '조롱'을 넘어 한국 축구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손흥민'이라는 거대한 이름이 있다.
일본의 축구 전문 매체와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에는 한국의 U-23 부진을 두고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한 악플로 치부하기엔 뼈아픈 지적들이 줄을 잇는다.
한 일본 네티즌은 "솔직히 한국이 무서운 건 손흥민이 있기 때문이지, 한국 축구 자체가 강한 건 아니다"라며 "이번 U-23 대회를 봐라. 한국은 2살 어린 우즈벡한테도 쩔쩔매는 평범한 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반응은 더 구체적이다. "손흥민이 북중미 월드컵 이후 은퇴하면 한국의 하락세는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강인과 김민재가 있다지만, 손흥민처럼 팀 전체를 '하드캐리'하는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황금기는 곧 끝난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일본의 조롱이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건, 전문가들의 냉철한 분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손흥민의 위대함과 한국 축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짚은 바 있다.
박 위원은 "유럽, 특히 100년 역사를 가진 빅5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단언컨대 내가 죽기 전에 아시아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하는 일은 다시는 안 나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차범근도 해내지 못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한국 축구 시스템의 승리가 아니라 '손흥민 개인의 기적'이었다는 의미다. 결국 지금 U-23 대표팀이 보여주는 무기력함이 한국 축구의 '진짜 실력'이고, 손흥민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우리에게 '착시'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더 큰 문제는 정신력의 실종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패배한 날에도 원정 팬들에게 90도로 인사하며 끝까지 책임감을 보였다. 박문성 위원 역시 "토트넘이 손흥민이 떠나면 10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볼 것"이라며 그의 인성과 스타성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U-23 대표팀은 어떤가. 대선배 이영표 해설위원마저 생방송 도중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위원은 우즈베키스탄전을 중계하며 "지금 우리가 브라질이나 프랑스와 경기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왜 걸어 다니나. 두 살이나 어린 동생들을 상대로 왜 몸싸움을 피하고 기싸움에서 밀리나"라며 선수들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했다. 캡틴 손흥민이 보여줬던 '죽기 살기로 뛰는' 투지는 온데간데없고, 패배 의식에 젖은 무기력함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손흥민이라는 우산이 사라지면 너희는 젖게 될 것이다"라는 일본 팬들의 이 조롱에 우리는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즈베키스탄전 유효슈팅 1개, 지고 있는데도 걸어 다니는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무기력한 벤치.
손흥민이 떠난 뒤 한국 축구가 맞이할 현실은 일본의 예언대로 비참한 몰락일지도 모른다. 18일 호주전은 단순한 8강전이 아니다.
우리가 '손흥민 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을 떼고도 아시아의 강자로 남을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할, 자존심이 걸린 마지막 시험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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