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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없는 투수라더니"… 300% 억대 연봉 잭팟, 10라운드 '미생' 성영탁의 반란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7 14:00

수정 2026.01.17 14:28

KIA 성영탁, 전년 대비 300% 인상된 1억 2천만 원 계약… 팀 내 최고 인상률
전체 96순위·육성선수 출신의 반전, 데뷔 3년 만에 '억대 연봉' 시대
데뷔 후 '17.1이닝 연속 무실점' 구단 신기록... 혜성처럼 등장한 필승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4회초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뉴스1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4회초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보다 더 극적인 '인생 역전' 드라마가 또 있을까. 프로야구 스포트라이트의 사각지대였던 10라운드 지명 선수가 데뷔 3년 만에 팀의 대체 불가 자원으로 우뚝 섰다. KIA 타이거즈의 '믿을맨' 성영탁(22)의 이야기다.

KIA는 지난 15일 2026시즌 연봉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예비 FA 김호령의 2억 5천만 원(212.5% 인상) 계약도 화제였지만, 구단 안팎의 시선을 가장 크게 사로잡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지난해 최저 연봉(3000만 원)을 받던 성영탁이다.

그는 무려 300%가 인상된 1억 2천만원에 도장을 찍으며 사실상 '억대 연봉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10라운드 전체 96순위, 육성선수 출신이 보여준 기적 같은 반전이다.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려보자. 성영탁은 부산고 시절 박계원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에이스였다. 모교의 사상 첫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결승전 선발승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의 평가는 냉혹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4회초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 앞에서 야수를 맞이하고 있다.연합뉴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4회초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 앞에서 야수를 맞이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구는 좋지만 스피드가 부족하다." "체격이 왜소해 장점이 뚜렷하지 않은 고교용 투수다." 드래프트 당시 스카우트들의 리포트는 차가웠다. 동기인 원상현이 톡톡 튀는 승부욕과 화려함으로 주목받을 때, 성영탁은 그저 '조용한 투수'로 분류됐다.

결국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6순위라는 턱걸이 순번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화려한 입단식도,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도 없었다.

하지만 박계원 감독은 알고 있었다. "영탁이는 단 한 번도 말썽을 부린 적 없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선수"라는 것을. 그 성실함은 프로라는 정글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8회에 투구하고 있다. 뉴스1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8회에 투구하고 있다. 뉴스1

성영탁은 입단 후 1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절치부심했다. 캠프조차 따라가지 못했던 설움을 삼키며 KIA의 육성 시스템 아래 몸을 만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직구 평균 구속이 5km/h나 빨라졌다. 여기에 장기인 '넣었다 뺐다' 하는 송곳 제구력에 140km대 초반의 투심 패스트볼과 커터가 더해지자 타자들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2025시즌, 1군에 올라온 성영탁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데뷔 후 무려 17.1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구단 신기록'을 작성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10라운드 신인의 완벽한 투구에 팬들은 열광했다.

시즌 성적은 45경기 3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1.55.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시대의 필수품이라는 포크볼 하나 없이, 묵직한 구위와 칼 같은 커맨드만으로 만든 결과였다.

지난 시즌 KIA 불펜은 위기였다. 마무리 정해영과 베테랑 조상우가 부진하며 흔들릴 때, 전상현과 함께 마운드의 중심을 잡은 건 '막내' 성영탁이었다.

스코어가 벌어지든 타이트하든, 그는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의 공을 뿌렸다. 그 담대함은 지난겨울 대표팀에 발탁되어 도쿄돔 마운드를 밟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15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1차전 경기. 5회말 일본의 무사 만루 상황 등판한 성영탁이 4실점을 허용하며 이닝을 마친 뒤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5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1차전 경기. 5회말 일본의 무사 만루 상황 등판한 성영탁이 4실점을 허용하며 이닝을 마친 뒤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제 성영탁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올 시즌 곽도규의 복귀와 FA 보상 선수들의 합류로 KIA 불펜은 더욱 두터워졌지만, 성영탁은 이미 '상수'가 된 지 오래다.

연봉 300% 인상은 그 시작일 뿐이다. 올 시즌 풀타임 1군을 소화하며 작년 이상의 위용을 보여준다면, 오는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승선도 꿈만은 아니다.

이미 KIA에서 유일하게 지난 대표팀에 소집되어서 도쿄돔 무대를 밟아봤다.
한번 입기도 힘든 태극마크를 단 소원을 이룬 셈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96번째 순위의 반란. 성영탁은 실력으로 증명했다.
묵묵히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