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베트남)·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준석 특파원·아울리아 마울리다 함다니 통신원】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에게 김으로 만든 주먹밥을 아침밥으로 주는 걸 보고 곧바로 CJ의 비비고 김을 구매했어요. 너무 맛있는데다 간이 강하지 않아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한국 김 덕분에 아침마다 밥을 먹이느라 전쟁을 덜 치를 수 있어 행복해요."(30대 워킹맘 응우옌 티 투 아잉씨)
"김으로 만든 스낵 '마마수카'는 정말 맛있어요. 한국산 김을 사용해 깨끗하고 감칠맛도 좋아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자주 먹어요. 가끔은 반찬으로도 먹습니다. 태국에서 만든 김 스낵 제품 '타오케이노이' 보다 간이 적당하고 바삭한 식감이 매력적입니다. 가끔 라면과도 함께 먹는데 진짜 맛있습니다."(20대 회사원 비비씨)
한국산 김이 동남아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고 있다.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 수출 실적이 지난해 11월 기준 10억1500만 달러(1조5000억원)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 수출액 4위인 태국을 비롯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연평균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며 수출 효자품목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식품기업 대상이 2017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생산 중인 김 스낵 브랜드 '마마수카'는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지 시장점유율 40%에 달한다.
■수출 효자 떠오른 '검은 반도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발간한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2025 국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은 한국의 농식품 수출 품목 중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aT가 지난해 3·4분기까지 집계한 김 수출액은 8억8233만 달러(1조2572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7억7366만 달러)보다 14%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5년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많은 한국산 김을 수입하는 나라다. 지난해 11월까지 8800만 달러(1298억원)치를 수입했다. 2024년 기준 한국산 농식품 수입 품목 1위가 건조김으로 전체 한국 농식품 수입 품목 중 17.6%에 달한다. 2020년 이후 연평균 20.7% 증가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조미김이 전체 한국 농식품 수입 품목 중 3%의 비중을 차지하며 2024년 2572만 달러(379억원)의 수입액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한국 조미김의 대 베트남 수출액은 연평균 24.3% 증가하고 있다. 2024년 한국의 대 인도네시아 건조김 수출액은 2282만 달러(336억원)로 전년 대비 39.3% 증가했다. 2020년 이후 수출액은 연평균 48.4% 증가하고 있다.
■ K콘텐츠 인기에 건강식 트렌드 타고 '훨훨'
K김의 이같은 선풍적 인기 배경에는 한참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가 있다. 또 최근 현지에서 불고 있는 건강식 트렌드도 한 몫하고 있다.
동남아 현지 식품 업계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가 일부 매니아층을 넘어 남녀노소 즐기는 대중 콘텐츠로 확산되면서 한국 드라마 속 식사 모습을 자주 접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한국의 대표 반찬 중 하나인 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가 많은 스타들의 생활 밀착형 예능을 통해 김부각을 비롯해 다양한 레시피들이 노출되면서 현지 관심도가 급속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하노이 롯데마트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응우옌 하씨는 "최근 건강식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 김은 짜지 않고 다른 음식들과도 조화로워 건강한 느낌"이라면서 "야채에 식재료를 싸 먹는 식습관을 가진 베트남 사람들에게 야채 대신 김에 싸 먹는 레시피가 전혀 어색하지 않아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휩쓸고.. CJ는 베트남에 집중
일찌감치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식품 대기업들은 최근 인기에 더욱 바빠졌다. 김 수출을 위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세운 대상은 2012년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 2017년 김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철저하게 현지에 녹아들었다. 대다수 업체가 배를 통해 제품을 실어 나른 것과는 달리 국내 식품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김 해외 공장을 지으며 승부수를 띄운 게 큰 성공을 가져왔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연간 800t, 450억원 규모의 김 제품을 생산 중이다. '엄마가 좋아해'라는 뜻의 '마마수카'라는 인도네시아 단독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대상은 현지 김 스낵 시장에서 40%내외의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상반기 전세계 처음으로 베트남 현지에서 신제품 '비비고 김밥롤 스낵'을 출시했다. 김밥롤 스낵은 김이 과자를 감싸고 있는 모습의 과자로, 외형이 김밥과 유사한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 현지에서 조미김을 생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동남아 지역이라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각 국가별 식문화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K콘텐츠에 대한 의존보다는 철저한 현지 시장 분석을 통해 고객층을 세분화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아울리아 마울리다 함다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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