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간선거를 대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책이 전기비 폭등에 발목이 잡혔다.
인공지능(AI) 붐 속에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들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전기비가 폭등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하락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지난해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전기비 폭등이라는 악재가 겹친 트럼프가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 패배에 따른 여소야대를 우려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전기비 상승이 다른 인플레이션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기비 고지서 문제가 미 전역에서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 하락 속 치솟는 전기비
통상 미 유권자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핵심 에너지 비용으로 간주되는 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전기비도 낮춘다. 화력발전소의 발전 비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 전기비는 지난해 12월 전년동월대비 6.7% 상승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약 38% 폭등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7% 오른 것에 비해 전기비가 훨씬 가파르게 치솟은 것이다.
왜 오르나
미 전기비 상승 주된 배경은 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칩을 돌리는 데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하고, 또 여기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데도 엄청난 전기를 써야 한다.
AI 서버는 전기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일반 서버보다 3~5배 많은 전기를 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한 곳은 보통 100~500메가와트(MW) 이상 전력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MW 전기면 미국에서 약 750~1000가구가 동시에 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데이터센터 한 곳이 인구 수십만 명의 중소도시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량을 쓰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발전업체들은 새 발전소를 짓고, 전력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 돈이다.
문제는 이 비용을 데이터센터가 다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가정들도 분담한다는 것이다.
대응 서두르는 정치권
여야를 막론하고 전기비 폭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백악관은 16일 행정부 관리들과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버지니아 주지사 등을 백악관에 불러 대응책을 논의했다.
백악관 회동에서는 미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발전소 건립 비용을 온전히 부담하거나 전기비 인상분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야 정치권은 아울러 발전업체들의 전기비 인상에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AI 모델에 필요한 연산능력을 제공하는 미 데이터센터 전기는 비용을 빅테크가 부담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지목해 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MS 역시 AI 데이터센터용 전기료를 더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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