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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치료 1세대 심우영 박사, "탈모 미리 무서워 말 것"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8 12:00

수정 2026.01.18 12:00

[파이낸셜뉴스] 평생 탈모증 치료를 위해 연구와 진료를 멈추지 않은 우리나라 탈모 치료의 개척자이자 1세대 권위자, 심우영 의학박사를 만났다.


탈모 치료 1세대 심우영 박사, "탈모 미리 무서워 말 것"

파이낸셜뉴스 헬스&뷰티 기획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 문제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기자를 맞이하는 눈빛이 온화하다. 입꼬리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다. 일생을 온화하게 웃으며 지낸 덕에 입꼬리조차 제 역할을 아는 듯하다. 덕분에 이야기를 나누기 전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환자를 그저 치료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실제로 그는 경희대병원에서 탈모증을 치료하던 재임 시절 직접 머리를 삭발하는 등 환자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연구해 왔다.(이하 이어지는 본문에서 기자는 김, 심우영 박사는 심으로 표기합니다.)

탈모라는 미지의 대륙, 첫 삽을 뜨다

국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이자 원형탈모 선구자로 불리는 심우영 의학박사. 경희대 의과대학 조교수,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 부속병원 피부과 과장,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과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모발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피부연구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대한모발학회 회장을 지냈다. 대표 저서로 <피부면역학> <모발생물학>이 있다.
국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이자 원형탈모 선구자로 불리는 심우영 의학박사. 경희대 의과대학 조교수,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 부속병원 피부과 과장,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과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모발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피부연구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대한모발학회 회장을 지냈다. 대표 저서로 <피부면역학> <모발생물학> 이 있다.

김: 탈모 치료 분야의 개척자다. 1세대인가?

심: 의사가 된 후 평생 보람을 느낄만한 분야가 어느 분야인지 고민했다. 피부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접촉 피부염, 건선 등의 세부 분야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모발, 탈모 분야의 연구가 부족한 것을 알게 됐다. 1세대라면 1세대고. 초창기 멤버다.



김: 초장기 멤버라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탈모 치료의 연대기를 직접 경험했을 텐데. 최근 ‘젊은 탈모’라는 말이 있다. 실제 진료실에서 맞이하는 환자들의 연령대가 젊어졌나.

심: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체감할 뿐이다.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도 진료실을 찾는다. 그러나 다른 방면으로 접근하자면 젊고 어린 친구들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환자 자체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머리가 빠져도 신경 쓸 여유가 없지 않았나. 시간이 흐르며 여러 상황이 좋아지고 외모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다 보니 탈모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으로 추측한다. 유전적으로 탈모가 우려될 경우 예방 차원에서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김: 초등학생이라면 젊은 것을 넘어서서 어린 수준이다. 초등학생 나이에 탈모가 생기기도 하나.

심: 집안에 유전자가 있다면 보통 사춘기에 탈모가 시작된다. 최근에는 조숙해지는 경향이 있어 초등학교 5~6학년부터 탈모가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 시기에 탈모가 시작되는 친구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일찍 발견하는 것이다. 만약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나이에는 신중하게 치료를 결정한다.

김: 외모에 대한 관심으로 탈모를 일찍 발견하게 한다니 좋은 일 아닌가.

심: 그렇다. 하지만 반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직업병 때문인지 출근길에 시민들의 상태를 살피는데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이 많다. 그런데 보통 여성들은 탈모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여성탈모의 특징 때문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남성탈모, 여성탈모, 원형탈모까지 탈모 가장 큰 원인은 '유전'


김: 여성탈모는 약물 치료도 어렵다고 들었다.

심: 약물 치료가 어렵다기보다 천천히 진행되는 데다 탈모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약물 치료를 해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아이들이 자랄 때 매일 어느 정도 키가 자라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여성탈모 역시 매일매일 조금씩 진행되어 5년 혹은 10년이 지났을 때야 체감할 정도다. 때문에 호르몬에 관여하는 약보다 미녹시딜을 많이 쓴다. 혈관을 확장하는 고혈압 치료제로 출시되었지만 탈모에도 효과를 보인다.

김: 여성탈모도 유전에 의한 것인가? 남성탈모처럼.

심: 맞다. 여성탈모, 남성탈모, 나아가 원형탈모도 유전이다. 여성탈모와 남성탈모는 DHT호르몬에 민감한 유전자를 이어 받은 것. 원형탈모는 호르몬과 무관하게 면역 문제로 생긴다.

김: 원형탈모에도 유전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른 탈모와 비교했을 때 특징은 무엇인가.

심: 원형탈모 환자는 국민의 약 1%에 해당하는데 그 중 가족력이 있는 환자가 20~30%에 달한다. 유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다른 탈모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남성탈모와 여성탈모는 특정 부위의 머리카락이 전체적으로 가늘어지지만, 원형탈모는 그런 증상 없이 머리카락이 빠진다. 동전 모양으로, 선명하게 흔적을 남긴다. 면역력 문제로 생긴다.

김: 역시 탈모에는 유전이 가장 강력한 원인인가. 한 세대를 건너뛰고 발현한다는 속설이 있다.

심: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탈모는 대부분이 유전으로 발생한다. 다만 유전은 세대를 이어 꾸준하게 발현하기도 하고 건너 뛰는 경우도 있다. 아빠에게 탈모가 있어도 엄마의 머리숱이 풍성하다면 자녀가 유전을 피할 수 있다. 또 유전이 주된 원인은 맞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탈모는 복합적인 문제로 생긴다. 여전히 연구가 많이 필요한 이유다.

김: 그렇다면 유전과 무관하고 DHT호르몬이나 면역과 관련 없는 탈모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심: 갑상선 문제, 장티푸스, 코로나, 다이어트, 출산 등 다양한 문제로 탈모가 생긴다. 대사가 왕성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휴지기 탈모가 온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일시적인 문제다. 남성탈모, 여성탈모, 원형탈모가 아닌 경우에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기다리면 저절로 회복된다. 영양제도 필요하지 않다.

환자 마음 헤아리려 직접 삭박, 악플에도 편이 되 준 환자들

김: 대학병원 재직 시절로 돌아가 보자. 지금 언급한 다양한 증상들을 진료했을 텐데 아무래도 대학병원의 특징상 무거운 케이스도 많았을 듯하다.

심: 대학병원 재직 시절에는 지금처럼 탈모 치료약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다. 환자들이 나아지지 않으니 의사로써 많이 힘들었다. 반대로 탈모 치료를 원했으나 처방대로 치료하지 않고 좋아진 경우도 있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의사의 말을 믿고 따라준 환자들에게 여전히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탈모로 10년 이상 인연을 지속한 환자도 있었다.

김: 장기간 인연이 이어지면 환자를 대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생길 듯한데.

심: 그렇다. 여러 환자와 식사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 된 것이다. 훗날에는 환자가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당시 탈모와 모발 분야의 연구가 부족했기도 했지만 교수가 되고 나니 나를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지 않나. 환자에게 많이 배웠다.

김: 환자를 선생님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인상깊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한 나머지 삭발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 열심히 치료해도 좋아지지 않는 환자를 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 심정은 오죽할까 싶어 머리를 밀었다. 병원 홈페이지에 ‘쇼한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이어서 나를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댓글도 달리더라.

김: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환자들과 진행한 임상 연구 중 기억에 남는 것도 소개해 달라.

심: 심한 전두탈모증에 대한 치료를 5년 전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었고 새로운 약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환자들을 보았다. 의사로써 가장 보람찬 순간이 아니겠나.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동력이 생기더라.

김: 언급한 대로 대학병원에서는 다양한 임상 연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퇴임 후 비교적 작은 규모의 병원에서 진료한다.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심: 대학병원에는 환자가 많지 않나. 이곳에서는 물리적으로 한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더 자세히, 더 쉽게 다가가 환자와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도움이 되고 싶다.

김: 여전히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탈모를 가진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 무서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유전, 조기 치료와 같이 탈모를 말할 때 결정적으로 쓰이는 단어들이 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이 환자에게는 공포를 조성하기도 한다.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사례 때문에 두려워하는 환자, 약을 먹을 상태가 아닌데 굳이 약을 원하는 환자들도 많다. 소위 말하는 ‘탈모 성지’를 찾아가 불필요한 약까지 복용하기도 한다. 데이터가 없는 소문만 무성한 병원에 환자들이 몰린다. 탈모는 트레이팅이 잘 되어있는 전문 의사와 상담하며 관리하면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증상이다. 또 한 가지는 탈모 치료는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다. 또 효과를 본 후 약을 끊어서도 안 된다. 예로 들어 모발 이식 후에도 탈모는 계속 진행된다. 약을 먹고 좋아졌다고 해도 약을 장기간 끊으면 다시 시작된다. 탈모 치료를 시작했다면 열심히, 꾸준하게, 길게 이어가라고 전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친 심우영 박사는 언제나 그랬듯 기자와 촬영진의 머리를 살핀다. 탈모를 자각하지 못한 기자에게는 자신에게 ‘속는 셈 치고’ 외용제를 사용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언도 덧붙인다.
수십년 간 ‘탈모 명의’ 타이틀로 지내온 그가 ‘속는 셈 치고’라니. 환자의 마음을 배려하는 말투에서 탈모를 발견한 것 보다 더 값진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