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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맞아? 수준 차이 충격"... 안세영, 세계 2위 왕즈이 데리고 '공포의 레슨'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8 17:28

수정 2026.01.18 18:08

"정말 세계 2위 맞아?"… 안세영, 왕즈이 데리고 '공포의 술래잡기'
동호인 경기 보는 듯한 '압도적 기량 차' 9번 싸워 다 졌다
실력 넘어 '트라우마' 심어준 안세영의 잔인한 40분
세계랭킹 2위 왕즈이가 안세영과의 경기에서 점수를 허용하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세계랭킹 2위 왕즈이가 안세영과의 경기에서 점수를 허용하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공이 안 죽는다. 때려도 때려도 다시 넘어온다. 왕즈이의 눈에 안세영은 사람이 아니라 거대한 벽처럼 보였을 것이다."

세계 랭킹 2위가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을까. 마치 프로 선수와 동호인의 경기를 보는 듯했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코트를 지배하며 중국의 자존심을 또 한 번 짓밟았다.



안세영은 18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인도오픈 결승전에서 왕즈이(중국)를 2-0(21-13 21-11)으로 완파했다. 점수 차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이날 경기의 테마는 '질식'이었다. 안세영은 왕즈이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왕즈이는 1세트 초반부터 회심의 스매시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안세영은 길목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미리 가서 기다렸다. 왕즈이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때린 공을 안세영이 가볍게 툭 받아넘길 때마다, 왕즈이의 어깨는 눈에 띄게 처졌다.

마치 늪에 빠진 듯했다. 발버둥 칠수록 안세영이라는 늪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갔다. 2세트 중반, 왕즈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비 오듯 쏟았지만, 네트 건너편 안세영은 뽀송뽀송한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체력전이 아니라 일방적인 '체력 테스트'였다.

안세영이 인도오픈 결승전에서 우승 직후 포효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세영이 인도오픈 결승전에서 우승 직후 포효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세영의 인도 오픈 경기 모습.연합뉴스
안세영의 인도 오픈 경기 모습.연합뉴스

냉정하게 말해 '체급'이 달랐다. 2세트 17-9까지 점수가 벌어지는 과정은 잔인했다. 안세영이 코트 좌우로 공을 뿌리면 왕즈이는 허둥지둥 쫓아다니기에 바빴다.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왕즈이의 스텝이 꼬이고, 라켓이 허공을 갈랐다. 안세영의 페이크 동작 한 번에 왕즈이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장면은, 흡사 고수가 하수를 데리고 노는 '지도 대련'을 연상케 했다.

현지 중계진조차 "안세영이 왕즈이를 조종하고 있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세계 랭킹 1위와 2위의 대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 시위'였다.

이로써 안세영은 왕즈이 상대 10연승, 국제대회 30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기록보다 무서운 건 왕즈이에게 심어준 '공포'다.

일주일 전 말레이시아 오픈 결승에서 역전패당한 왕즈이는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안세영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위축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안세영은 단순히 우승 트로피만 가져간 것이 아니다. 경쟁자의 마음에 "아무리 노력해도 안세영은 못 이긴다"는 절망과 트라우마를 깊게 새겨넣었다.


2026년 1월, 인도의 밤은 안세영의 무서움을 목격한 왕즈이의 한숨으로 가득 찼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