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최종합의, 韓에 다시 압박
여력없는 기업, 정부 적극 대응을
여력없는 기업, 정부 적극 대응을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대부분의 한국산 상품에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당시 반도체 관세는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는 원칙적인 약속을 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이 진행 중인 대규모 대미 반도체 투자를 감안할 경우 향후 큰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예측하기 쉽지 않은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당초 약속대로라면 미국이 이번에 대만에 보장한 무관세 조치를 우리 기업에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미국 측은 대만과 반도체 관세 합의 직후 우리를 염두에 두고 "국가별 별도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새로 밝혔다. 우리 기업의 반도체 추가 투자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계획된 투자금액을 집행하는 것도 우리 기업으로선 큰 부담이다. 미국의 과한 투자요구는 정부가 앞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반도체 관세 우대를 자국 내 신규 생산시설과 연동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과 합의에서 대만은 총 5000억달러(약 736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보증 패키지를 내걸고 반도체 관세 면제를 약속받았다.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 중일 때 생산능력의 최대 2.5배, 신규 시설을 완공했을 땐 생산능력의 1.5배 물량까지 관세를 면제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우리의 경우 정부가 앞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나 1500억달러는 조선업 전용 투자금액이고,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에만 국한된 투자도 아니다. 대만과 반도체 투자 규모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추가로 투자에 나설 여력은 없다. 3500억달러 합의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내내 불안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추가로 투자에 나설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건 명확하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 등 국내 신규 공장 투자비도 빠듯한 형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한 영향도 예의 주시할 대목이다. 마지막까지 대미 관세 리스크에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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