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생일·혈액형이 똑같다?” 광주에 나타난 포수 최대어, 김선빈
“공격형 포수? 나를 보라” 청룡기 우승의 주역, 설재민
“수비는 1등? 포수 시장의 다크호스" 휘문의 유제민
강릉고 원지우-원주고 권순준, 강원도 포수 라인도 건재
포수는 ‘다다익선’… 5년 뒤를 보고 지금 투자하라
“공격형 포수? 나를 보라” 청룡기 우승의 주역, 설재민
“수비는 1등? 포수 시장의 다크호스" 휘문의 유제민
강릉고 원지우-원주고 권순준, 강원도 포수 라인도 건재
포수는 ‘다다익선’… 5년 뒤를 보고 지금 투자하라
[파이낸셜뉴스] “올해는 다릅니다. 포수가 필요한 구단이라면 올해를 놓치면 안 됩니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 팀장의 말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지난해 고교야구는 말 그대로 ‘포수 가뭄’이었다.
하지만 2026년 시즌은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겨우내 갈고닦은 기량을 뽐내기 위해 대기 중인 ‘안방마님’들이 줄을 섰다. 아직 뚜껑을 열기 전이지만, 현장에서는 조심스럽게 ‘포수 풍년’을 점치는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온다.
가장 먼저 스카우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은 광주일고 김선빈이다. 그는 이미 고교 1학년 때부터 ‘완성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유급 경력이 있어 청소년대표팀 승선은 불가능하지만, 기량만큼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현재 시점 고교 포수 최대어다.
김선빈의 진가는 지난해 덕수고의 파죽지세 28연승을 저지할 때 드러났다. 이마트배와 황금사자기를 제패하며 무적함대로 불리던 덕수고는 청룡기에서 광주일고의 김성준-김선빈 배터리에 덜미를 잡혔다.
당시 김선빈은 덕수고가 자랑하는 고교 ‘No.1’ 좌완 정현우(키움)를 상대로 인상적인 타격을 선보였다. 덕수고를 상대로 3안타를 몰아친 것도 모자라, 정현우로부터 고의사구까지 얻어냈다.
전체 1번을 받은 초고교급 투수가 1학년 포수를 거른다는 것 자체가 그의 타격 재능을 증명한다. 기본적으로 타격 능력이 출중한데다, 수비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많은 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만 보면 1라운드급 후보라고 평가할만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타이거즈의 심장’ 김선빈(KIA)과 도플갱어 수준의 평행이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름은 물론 12월 18일 생일이 같고, 혈액형까지 동일하다. 이미 KIA 팬들 사이에서는 “성골 유스나 다름없다”라며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공수를 겸비한 자원으로서 올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타격 능력과 어깨 강도만 놓고 본다면 설재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지난 청룡기 결승전, 덕수고 우승의 일등 공신은 단연 설재민이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투런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을 쓸어 담으며 MVP급 활약을 펼쳤고 실제로 MVP에 등극했다.
현대 야구에서 ‘타격 되는 포수’의 가치는 금값이다. 양의지(두산), 박동원(LG), 강민호(삼성) 등 리그를 지배하는 포수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타격 생산력이다. 설재민은 수비에서 다소 투박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인 방망이를 가졌다.
최우수선수상, 최다 타점상(13타점), 최다 안타상(12개)을 석권한 그의 타격 재능은 프로 스카우트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설재민은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어깨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깨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화려한 공격형 포수들 사이에서 ‘수비의 정석’으로 주목받는 이도 있다. 휘문고 유제민이다. 설재민과 함께 고교 시절부터 서울시를 주름잡전 양대 포수다. 휘문고 오태근 감독은 “최근 5년 내 휘문에서 나온 포수 중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제민은 ‘올해의 다크호스’로 통한다. 안정적인 블로킹, 빠른 팝타임, 강한 어깨 등 수비 기본기가 탄탄하다. 적어도 수비에 있어서만큼은 전체 포수 1번급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빠지는 곳이 없는데다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투수들과 융화도 훌륭하다. 변지석, 김민율, 김주원 등의 마운드에 유제민이라는 포수의 존재는 올 시즌 휘문고를 우승후보로 올려놓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유제민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포수는 투수가 자신있게 결정구를 던지게 해줄 수 있는 포수라고 생각한다. 어디다 내다 꽂아도 막아줘야 한다"라며 "나는 송구의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태그를 할 수 있는 곳에 송구를 할 수 있는 능력도 나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 2025년 0.167에 머무른 타격 능력을 얼마나 향상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수 사관학교’로 떠오르는 강원도권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강릉고 원지우는 선배 이율예(SSG)의 뒤를 이어 안방을 지킨다. 작년부터 풀타임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고, 팀의 중심 타선까지 책임진다.
원주고 역시 이희성의 지명 기운을 권순준이 이어받는다. 2년 연속 포수 상위 지명에 도전할 만큼 권순준에 대한 현장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그야말로 전국 각지에서 쓸만한 포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야구계 격언 중 “포수는 키우는 데 최소 5년이 걸린다”라는 말이 있다. 당장 주전 포수가 있는 구단이라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실제로 LG는 박동원 이후, 삼성은 강민호 이후의 플랜이 시급하다. KIA 역시 한준수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자원이 필요하고, 두산과 한화도 양의지와 최재훈의 뒤를 이을 확실한 후계자가 절실하다. 지금 당장 급하지 않다고 해서 포수가 필요없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포수는 타 자원 대비 시간이 많이 걸려서 무조건 많이 쟁여놔야 한다.
모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양제민, 설재민, 김선빈 등 언급된 선수들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구단의 육성 방향에 따라 상위 라운드에서 포수 이름이 자주 불릴 수도 있다”라며 “포수는 잘 키워놓으면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가치가 높은 ‘가성비 최고’의 포지션이다. 올해처럼 자원이 좋을 때 픽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고교 시절의 활약이 프로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지금 평가는 좋지만, 고3 시즌을 치르며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올해 실전에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년과는 공기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각 구단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백네트 뒤로 쏠리고 있다.
2026년, 과연 어떤 포수가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아 ‘대형 안방마님’으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