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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어 美 무역대표 “대법원 막아도…관세는 다음날부터 다시”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0 04:35

수정 2026.01.20 04:35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 사진=연합뉴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날부터 새로운 관세 부과에 착수할 방침임을 공식화했다. 관세의 법적 근거가 흔들리더라도, 다른 법률 조항을 동원해 ‘관세 드라이브’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행정부는 곧바로 다음 날부터 (관세를) 다시 세우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적해온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하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여러 선택지”가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어 대표는 “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무역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교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해온 조치가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 중이다. 이 법은 통상 ‘국가 비상사태’를 전제로 발동되는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관세 부과의 핵심 토대로 활용해왔다.

대법원이 이르면 수일 내, 또는 향후 몇 주 안에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권한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부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 법적 수단으로 ▲무역법 301조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232조 ▲국제수지 관련 권한인 122조 ▲특정 국가의 차별에 대응하는 338조 등을 거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매각하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럽 7개국의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유럽연합(EU)을 격분시켰다.

미국 대형 로펌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 소속 테드 머피 변호사는 NYT에 “다른 나라가 미국에 자국 영토를 팔지 않는 상황을 포괄할 수 있는 통상 관련 법령은 사실상 IEEPA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그린란드 관세 압박’은 대법원 심리와 맞물려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상사태 권한을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는 사례”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NBC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IEEPA 활용을 옹호했다. 그는 “국가 비상사태를 피하기 위한 비상사태”라며 “미국의 경제력을 통해 ‘뜨거운 전쟁’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켄터키)은 “비상권한은 비상사태를 위해 존재한다”며 “그린란드에 무슨 비상사태가 있나. 말도 안 된다”고 직격했다.


조지타운대 로스쿨의 스티븐 블라덱 교수도 “행정부가 IEEPA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대법원에 설득하려는 상황에서, 그보다 더 기이한 방식의 관세 위협을 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의 법적 논리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