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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만 생각할 의무 없다”…트럼프, 노벨 불발에 그린란드 강공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0 04:56

수정 2026.01.20 10:59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오른쪽부터)이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오른쪽부터)이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장악을 둘러싼 강경 행보를, 지난해 노벨평화상 불발과 직접 연결지으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더 이상 오로지 평화만을 생각해야 할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국들과의 갈등이 관세 압박을 넘어 외교·안보 전선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과 주요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노르웨이 정부가 공개한 메시지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를 향해 "귀국이 8개 이상의 전쟁을 멈춘 나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으니, 나는 더 이상 평화만을 생각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메시지 말미에는 "우리가 그린란드를 완전하고 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한 세계는 안전하지 않다"는 문장까지 담겼다.



동맹국 8개국에 10% 관세…'그린란드 카드' 전면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린란드를 미국이 "가져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 노벨평화상 불만까지 덧붙이며 대립을 한층 격화시키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지지하는 8개국을 대상으로, 오는 2월부터 10% 수입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국에는 노르웨이도 포함됐다. 해당 국가들은 즉각 강한 반발 입장을 내놨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싸움을 원하지는 않지만 입장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들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해법 논의를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무력 장악 배제 안 해" 백악관


긴장을 키우는 것은 관세만이 아니다. AP는 백악관이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장악 가능성도 공식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침공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대통령이 스스로 어떤 선택지를 제외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어떤 가능성도 제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사태 진화를 시도했다. 그는 "차분한 논의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군사 행동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그린란드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수천 명의 주민이 주말 동안 그린란드 장악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우리는 압박받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위협이 입장을 바꾸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나야 나타니엘센 그린란드 장관은 AP에 "동맹국들의 빠른 대응에 감동했다"며 "이번 사안은 그린란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각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내주면 다음은 무엇이냐를 두려워하는 나라들이 많다"고도 했다.

노르웨이 "노벨상은 정부가 아니라 독립위원회가 수여"


스퇴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자신과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공동으로 보낸 '긴장 완화 촉구' 서신에 대한 답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일부이며 노르웨이는 덴마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 논란에 대해서도 "상은 노르웨이 정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노벨위원회가 수여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분명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의회가 임명하는 5명으로 구성된 독립 기구다.

베선트 "노벨 때문에 그런 것 아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노벨상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은 완전한 헛소리"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르웨이 메시지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한 뒤 이런 발언을 내놔 논란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에 대한 집착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AP는 노벨위원회가 지난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평화상을 수여했고, 최근 마차도가 자신의 노벨 메달을 트럼프에게 전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보관하겠다고 말했지만 "상은 이전·공유될 수 없다"는 위원회 입장도 함께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위협이 유럽 국가들이 상징적 규모의 병력을 그린란드에 파견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취지로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덴마크와의 협상에서 관세를 지렛대로 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럽 각국은 병력 파견이 북극권 안보를 점검하기 위한 조치이며,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에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폴 욘손 국방장관은 "유럽 NATO 회원국들이 인프라·훈련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정찰 투어'를 진행 중"이라며 상설 주둔 검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관세 대상 8개국 가운데 6개국은 EU 회원국으로, EU는 무역 분야에서 단일 경제권으로 운영된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은 "어떤 형태의 강압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오는 목요일 저녁 정상회의 개최를 예고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