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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 거장 발렌티노 가라바니 별세, 향년 93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0 06:02

수정 2026.01.20 11:27

화려한 붉은 드레스로 유명한 발렌티노 가라바니, 로마 자택에서 별세
세계 현대사에서 수많은 정관계 인사와 스타들의 의상 디자인
지난 2007년 7월 6일 이탈리아 로마 내 평화의 재단 박물관에서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운데)가 자신이 디자인한 붉은 드레스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007년 7월 6일 이탈리아 로마 내 평화의 재단 박물관에서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운데)가 자신이 디자인한 붉은 드레스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패션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일(현지시간) 향년 93세로 별세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발렌티노 가라바니·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렌티노가 이탈리아 로마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의 장례식은 23일 로마의 바실리카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에서 거행된다. 재단 측은 "발렌티노는 우리 모두에게 끊임없는 길잡이이자 영감이었고 빛·창의성·비전의 진정한 원천이었다"고 강조했다.

1932년 5월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주에서 태어난 발렌티노는 패션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품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기라로쉬 등 프랑스 디자이너 밑에서 일을 배웠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그는 1959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발렌티노 하우스를 세우고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경력은 평생 파트너가 된 동료이자 연인 지안카를로 지암메티와 1960년 협업을 시작하면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발렌티노는 남성복과 기성복·액세서리로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발렌티노는 1998년에는 이탈리아의 한 지주회사에 브랜드를 3억 달러(약 4421억원)에 매각한 뒤로는 디자인에만 전념했다. 2007년 사업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2016년 지암메티와 함께 자선 재단을 설립해 활동했다.

발렌티노는 화려한 붉은 드레스로 유명했으며 세계 각지의 유명 정관계 인사와 스타들이 그의 드레스를 입었다. 그가 사용한 붉은 색은 디자인을 대표하는 색으로 '발렌티노 레드'로 불린다. 발렌티노는 고급 여성복(오트 퀴트르)의 거장으로 불렸지만, 논란이 되거나 과시하는 듯한 스타일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그는 과거 "나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다워 지고 싶어 한다"라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과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1968년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혼할 당시 입었던 크림색 레이스 드레스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이란의 마지막 국왕 샤 팔레비가 1979년 축출됐을 당시, 그의 부인인 파라 디바 왕비는 이란을 탈출할 때 발렌티노가 디자인한 정장을 입었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빈도 그의 드레스를 즐겨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인 여배우들도 발렌티노의 드레스를 즐겨 입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60년 영화 스파르타쿠스 로마 시사회에서 발렌티노가 디자인한 깃털 장식의 드레스를 입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오드리 헵번도 그가 만든 드레스의 팬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입었던 흑백 가운, 케이트 블란쳇이 2005년 여우조연상을 받을 때 입은 노란색 드레스도 그의 작품이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그는 논란의 여지 없는 우아함의 거장이자 이탈리아 오트 퀴트르의 영원한 상징"이라며 "전설을 잃었지만 그의 유산은 여러 세대에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