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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높아서 취업 안 한다고?···“3100만원이면 중소기업 가겠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0 12:00

수정 2026.01.20 15:07

한국은행,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 발표
‘쉬었음’ 청년층 48.0%는 중소기업 취업 바라
희망 임금 3100만...중견 고졸 취업자 평균 초봉 수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의 모습. 뉴스1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의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눈 높아서 취직 안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구직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들 중 절반 가까이는 중소기업에 들어가겠다는 의사가 있단 조사 결과가 나왔다. 희망 연봉도 3000만원 초반대로 높지 않았다.

구직자나 취업 준비생과 다르지 않게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의 수급 불일치, 경기 악화에 따른 비자발적 퇴사 등 구조적 원인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3100만원이면 중소기업 가겠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2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 청년패널조사를 활용해 만 20~30세 ‘쉬었음’ 청년층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향후 일하고 싶은 기업 유형 1위는 중소기업(48.0%)으로 집계됐다.

구직(39.1%), 인적자본 투자(교육 등 취업준비·27.1%)보다도 높았다.

반대로 이들의 대기업(17.6%), 공공기관(19.9%) 선호는 구직(37.7%, 18.6%), 인적자본 투자(23.0%, 44.2%)를 대체로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 상태별 분류 중 하나로, 가사·육아·질병 등 특별한 사유 없이 취업준비나 교육과정 참여 등을 하지 않은 채 쉬고 있는 이들을 뜻한다.

많은 돈도 바라지 않았다. ‘쉬었음’ 청년층 평균 유보임금, 즉 노동을 공급하기 위해 받고자 하는 최소 임금은 세전 기준 연 3100만원이었다. 구직(3100만원), 인적자본 투자(3200만원)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이는 중견기업 고졸 취업자 평균 초봉(2023년 기준·3200만원) 정도였다.

이는 ‘쉬었음’ 청년이 유별나게 본인 능력을 넘어서는 일자리나 과도한 임금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윤진영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은 “(과거) 일자리 경험에서의 실망 등으로 인해 ‘쉬었음’으로 이행한 청년이 일부 있을 수 있겠으나 다수를 차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취업 전후로 기대치가 높지 않음에도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도 해봤지만..
‘쉬었음’ 청년이라고 하면 모든 구직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쉬었음’ 청년층은 취업경험이 있는 계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취업경험이 있는 ‘쉬었음’ 청년은 2019년 36만명에서 2025년 47만7000명으로 확대됐다. 이미 회사생활 등을 겪은 이후 여건, 전망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 미취업 유형별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를 살펴보면 직장불만(보수·승진, 근무조건, 전망, 불화 등)이 구직, 인적자본 투자, 쉬었음 3개 유형 모두에서 가장 높았다. 직장 휴·폐업,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퇴직의 경우에도 구직(24.1%), 인적자본 투자(19.4%), 쉬었음(21.3%) 간 눈에 띄는 차이는 없었다.

미취업 장기화되면 ‘쉬었음’ 굳어져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업 기간이 1년 증가할 때 ‘쉬었음’ 상태일 확률은 4.0%p 상승한 반면 구직을 선택할 확률은 3.1%p 낮아졌다.

특히 그 영향은 비선형적으로 증가했다. 미취업 기간이 1년일 때 ‘쉬었음’ 이행확률은 3.3%, 2년일 땐 7.7%로 3.7%p 올랐다. 하지만 미취업 기간이 4년에서 5년으로 늘어날 경우 그 수치가 4.5%p 상향 조정됐다. 윤 과장은 “미취업 기간이 늘어날수록 개인이 보유한 인적·사회적 자본의 감가상각이 가속화되고 구직활동에서의 피로감이 누적되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윤 과장은 ‘쉬었음’ 청년층 중 앞으로도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시장에 재진입 할 여지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2019년 28만7000명에서 2025년 45만명으로 대폭 뛰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학력에 따른 차이는 여전했다. 초대졸(전문대) 이하 청년층은 4년제 대졸 이상 청년층 대비 ‘쉬었음’ 상태에 놓일 확률이 6.3%p 높게, 인적자본 투자 확률은 10.9%p 낮게 나타났다. 본인 학력이 낮을 경우 인적자본 투자를 통한 기대수익를 상대적으로 낮게 계산해 ‘쉬었음’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근엔 4년제 대학 이상의 ‘쉬었음’ 청년 인구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변화, 기업의 경력직 선호 등 노동시장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윤 과장은 “정책 설계 시 초대졸 이하 청년층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이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취업 기간이 늘수록 노동시장을 영구 이탈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만큼 취업준비 장기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며 “취업한 청년들도 일자리를 그만두는 일 없이 지속 근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