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산이 있기 때문에 나는 오른다." 유명 산악인 조지 말로리(1886~1924)는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겨울축제를 찾는 이유도 이와 다를 게 없다. 거기에 겨울이 있기 때문에 간다.
겨울축제의 묘미는 추위와 정면 승부하며 겨울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데 있다.
■겨울이 더 즐거운, 화천 산천어축제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대표 겨울축제'는 매년 1월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1월 10일~2월 1일)다. 지난 2003년 처음 열려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산천어축제는 규모나 내용 면에서 모두 성공한 지역축제다.
산천어축제의 대표 콘텐츠는 강추위와 꽁꽁 얼어붙는 강, 그리고 얼음낚시다. 축제 참가자들은 얼음판 위에 뚫은 작은 구멍에 낚싯줄을 내리고 산천어가 낚여 올라올 때까지 맹추위와 사투를 벌인다. 한겨울 얼음 위에서 산천어를 직접 낚아보고, 잡은 물고기를 곧바로 요리해 먹는 체험 중심의 축제 구조가 즐거움의 원동력이다.
이밖에도 축구장 40개 크기의 축제장에는 눈과 얼음을 이용한 놀거리가 많다. 화천천을 가로지르는 눈썰매장에선 총길이 40m의 슬로프를 전용 튜브썰매를 이용해 빠르게 질주해볼 수 있고, 얼음썰매 체험존에선 전통 얼음썰매와 화천군이 직접 제작한 가족형 썰매를 타볼 수도 있다. 또 겨울스포츠존에선 신나는 얼음축구를 비롯해 컬링, 피겨스케이팅 체험 등도 가능하다.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를 연상시키는 실내얼음조각광장, 일본 삿포로 눈축제에 버금가는 대형 눈조각 등도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또 매주 주말 축제장 내 선등거리에서 진행되는 야간 페스티벌은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윈터 카니발을 모티브로 해 즐거움을 더한다.
■개막 20주년 맞은 평창 송어축제
올해로 개막 20주년을 맞은 평창 송어축제(1월 9일~2월 9일)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 축제장을 마련했다. 축제의 핵심인 송어 잡기는 얼음낚시, 텐트낚시, 실내낚시, 맨손잡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중 텐트낚시는 2인용 텐트 250동을 운영해 가족이나 연인 방문객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황금 송어를 잡은 참가자에게는 순금 기념패를 시상하고, 입문자도 송어를 쉽게 낚을 수 있게 무료 낚시교실도 운영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들이 반소매·반바지 차림으로 대회에 나서는 송어맨손잡기다. 실내낚시는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는 물론 성인에게도 개방해 누구나 송어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잡은 송어는 회나 구이로 즉석에서 맛볼 수 있고, 먹거리촌에선 손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튀김, 덮밥 등 다양한 송어 요리를 판매해 체험객의 입맛을 저격한다.
축제장에선 다채로운 겨울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스노모빌이 끄는 설원 래프팅을 비롯해 수륙양용차 '아르고', 새롭게 추가한 회전 눈썰매, 전통 썰매, 얼음 자전거 등이 추위를 잊게 한다.
개막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들도 눈길을 끈다. ‘얼음 위에 쓴 희망의 서사시’ 전시장에선 축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포켓몬GO와 협업한 ‘피카츄의 사계여행'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태백산 눈축제와 대관령 눈꽃축제
화천 산천어축제와 평창 송어축제가 얼음낚시를 핵심 콘텐츠로 한 축제라면, 태백산 눈축제(1월 31일~2월 8일)와 대관령 눈꽃축제(2월 13~22일)는 겨울의 상징인 눈과 설경을 핵심 자원으로 한 축제라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두 축제는 지향점과 즐기는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태백산 눈축제가 설산과 예술적 눈조각을 감상하는 자연·경관 중심 축제라면, 대관령 눈꽃축제는 눈 속에서 직접 뛰놀며 즐기는 체험·가족 중심 축제다.
태백산 눈축제는 무엇보다 태백산국립공원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축제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웅장한 설산과 어우러진 대형 눈조각 전시와 눈꽃 등반, 트레킹 등 자연 감상과 산행 중심의 콘텐츠가 최대 강점이다. 축제 전반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고 장엄한 편이어서 사진 촬영이나 겨울 산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관광객에게 적합하다.
반면, 대관령 눈꽃축제는 강풍과 설원으로 유명한 대관령 고원 지대의 특성을 살린 축제로, 눈을 활용한 놀이와 체험 콘텐츠가 중심이다. 눈썰매, 전통놀이 등 가족과 아이 중심의 참여형 프로그램이 많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생활형 축제 성격도 강하다. 특히 올해는 ‘눈꽃 동화 속 겨울왕국’을 콘셉트로 눈조각, 눈놀이터 등을 결합한 ‘겨울왕국’ 체험 공간을 꾸밀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겨울 속으로" 한탄강 얼음트레킹축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 일대에서 매년 겨울 열리는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축제(1월 17~25일)는 또 다른 ‘겨울의 맛’을 선사한다.
축제가 열리는 무대는 한탄강 위에 8.5㎞ 구간으로 조성된 얼음 트레킹 코스 '물윗길'로, 여행객들은 강 위를 직접 걸으며 웅장한 협곡 풍경을 마주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겨울 추위까지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트레킹 도중에는 한탄강 협곡과 주상절리, 송대소와 마당바위, 승일교와 고석정, 순담계곡과 직탕폭포 등 한탄강을 대표하는 명소들이 이어진다.
한탄강 얼음트레킹축제는 생태관광형 겨울축제에 가깝지만, 눈썰매장·눈놀이터·먹거리존·버스킹존 등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를 위한 시설들은 트레킹 중간 기착지인 승일교 아래에 집중적으로 조성돼 있는데, 주말마다 철원예술단의 축하공연이나 버스킹 무대가 펼쳐져 재미를 더한다.
특히 24일에는 참가자들이 이색적인 복장이나 바디페인팅을 한 채 한탄강 물윗길 주변을 달리거나 걷는 특별 프로그램 '한탄강 똥바람 알통 구보대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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