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아니면 무모한 도전일까. 전북 현대의 '더블 우승'을 이끈 영웅, 전진우가 화려한 우승 트로피를 뒤로하고 잉글랜드의 차가운 강등권 전쟁터로 뛰어들었다.
전북 현대는 20일 전진우의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챔피언십)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팬들에게는 아쉬운 작별이지만, 전진우 본인에게는 축구 인생을 건 거대한 도박이자 기회다.
지난 시즌 전진우의 발끝은 뜨거웠다. 2025시즌 K리그1에서만 16골을 몰아치며 득점 랭킹 2위에 올랐고, 전북에 리그와 코리아컵 두 개의 트로피를 안겼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행선지는 화려한 빅클럽이 아니다. 현재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24개 팀 중 23위,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옥스퍼드 유나이티드다. 옥스퍼드의 현재 성적표는 5승 8무 25패. 승점 23점으로 강등의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
보통의 선수라면 우승의 영광을 안고 더 안정적인 팀을 찾거나, 팀에 남아 왕좌를 지키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진우는 '편안한 1부 리그 챔피언'의 자리를 박차고 '2부 리그 꼴찌 팀의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
옥스퍼드 입장에서 전진우는 말 그대로 '동아줄'이다. 패배가 일상이 된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골' 뿐이다.
옥스퍼드는 전진우가 보여준 탁월한 해결사 능력과 경기 영향력에 매료됐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구단은 전진우에게 '특급 소방수' 역할을 제안하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전북 구단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길을 터줬다. 전북 측은 "핵심 전력의 이탈은 뼈아프지만, 선수의 원대한 꿈을 꺾을 수 없었다"며 아름다운이별을 택했다.
전진우는 떠나는 순간에도 친정팀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그는 "최고의 팀 전북에서 받은 과분한 사랑을 안고 간다"며 "잉글랜드에서도 전북의 자부심을 품고 죽기 살기로 뛰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이제 전진우 앞에는 '꽃길' 대신 거친 몸싸움이 난무하는 잉글랜드 2부의 '진흙탕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K리그를 정복한 득점 기계가 침몰하는 옥스퍼드호를 구해낼 수 있을까. 전진우의 발끝에 옥스퍼드의 운명이 달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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