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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됐다"던 '계몽령'…한덕수 1심 재판부 "계몽 아닌 사회적 갈등 심화"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2 05:00

수정 2026.01.22 05:00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인 김계리 변호사. 헌법재판소 제공.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인 김계리 변호사. 헌법재판소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저는 계몽됐습니다."

지난해 2월 25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마지막 탄핵심판에서 대리인으로 나선 김계리 변호사는 대중에 각인된 한 마디를 남겼다.

尹 탄핵국면에 각인된 말 '계몽령'

김 변호사는 당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종합변론 첫 주자로 나서 12·3 비상계엄의 이유를 더불어민주당의 '파쇼 행위' 때문이라며 이같이 강변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후 담화문을 찬찬히 읽어보고, 임신·출산·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민주당의 패악과 일당독재, 파쇼 행위를 확인하고 이 사건 변호에 참여하게 됐다"며 "저는 계몽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이 말은 계엄 선포를 '국민을 깨우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들이나 쓰는 말이었다.



앞서 또다른 윤 대통령 대리인인 헌법재판관 출신 조대현 변호사가 4차 변론기일에서 "국민들은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계몽령'을 말했을 때도 대중에 회자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입을 통해 '계몽령'은 대중적 언어가 됐고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상징적인 말이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의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내란 사건 결심 공판에서도 이 말은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하루를 넘긴 이튿날 새벽 0시11분 시작된 최후진술에서 마지막 변론을 하며 '계몽령'을 이야기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되고 1년이 넘게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정적과 반대 세력들을 숙청하고 탄압하려는 내란몰이는 계속되고 있다"며 "민생 경제에 위기의 경고등이 심각하게 울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 자유진영과 연대의 균열 등 국가 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과 청년들은 계엄령이 계몽령이 됐음을 알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단이었다고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은 내란" 정의하며 나온 '계몽령'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사진=연합뉴스

그리고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계몽령'이라는 말에 종언을 고했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하고 방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선고에서다.

이날 재판부는 “국민이 선택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한 내란 행위를 한 것”이라며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었다”고 했다.

이어 “위헌·위법한 계엄이 계몽적 계엄이라거나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서는 헌법을 위반할 수 있고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은 계몽이 아닌 잘못된 주장과 생각을 양산하고, 사회적 갈등을 더 심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국민들의 경각심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이들의 계몽령과는 배치되는 말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8년을 늘려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선고를 마친 뒤엔 별도로 구속 심문을 열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을 명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