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진단·치료 접근 격차가 생존율 차이로 이어져
[파이낸셜뉴스] 장애가 있는 여성 유방암 환자는 암을 더 늦게 발견하고, 치료를 받는 비율도 낮아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최대 3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애 유형과 중증도에 따라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구조적인 격차가 존재하며, 이를 고려한 맞춤형 의료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암환자삶의질연구소 신동욱·최혜림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장애 유무에 따른 유방암 진단 및 치료 격차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F 9.7)’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9년 사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 15만 412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장애가 있는 환자는 7443명이었다.
분석 결과, 중증 장애를 가진 환자는 진단 시점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암이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진단된 비율은 중증 장애 환자에서 6.3%로, 비장애인 환자(4.7%)보다 약 1.34배 높았다. 이는 장애 여성들이 정기 검진이나 조기 진단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치료 과정에서도 격차는 뚜렷했다. 비장애인 환자와 비교했을 때 중증 장애 환자가 수술을 받을 가능성은 19% 낮았으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을 가능성은 각각 34%, 35% 낮았다.
특히 중증 뇌 병변 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를 받을 확률이 비장애인의 42%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항암·방사선 치료가 반복적인 병원 방문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이동의 어려움과 보호자 동반 부담 등 현실적인 장벽이 치료 접근성을 제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진단 및 치료 격차는 결국 생존율 차이로 이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까지 받은 환자라 하더라도, 중증 장애가 있는 경우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비장애인보다 3.16배 높았다.
실제 5년 생존율을 비교하면 비장애인 유방암 환자는 92.4%였던 반면, 장애 환자는 81.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수술 이후의 장기 관리, 항암 치료 지속 여부, 복약 순응도 등 치료 전 과정에서 누적된 격차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최혜림 교수는 “데이터로 확인된 장애 환자의 치료 격차는 단순히 의료 이용 빈도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 유형과 중증도에 따라 각기 다른 장벽이 존재함을 보여준다”며 “이를 세밀하게 반영한 맞춤형 의료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신저자인 신동욱 교수도 “유방암 치료 성과는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장애 여부에 따라 진단과 치료 접근에서 발생한 격차가 결국 생존율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며 “장애 환자의 암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장애 여성 암 환자가 의료 시스템 전반에서 겪는 구조적 불평등을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검진 접근성 개선, 이동 지원, 치료 과정의 조정 등 장애 특성을 반영한 암 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건강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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