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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꺾은 건 국경일급 경사"... 새벽 하노이 뒤덮은 '광란'의 오토바이 부대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5 14:06

수정 2026.01.25 15:21

한국, 68년만에 베트남전 첫 패배
베트남은 광란의 밤... 수십만 인파 거리로
일본, 중국 꺾고 아시안컵 우승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베트남에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베트남에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한국 축구가 U-23 연령대 대표팀 간 대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베트남에 무릎을 꿇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이 ‘숙적’ 일본에 이어 베트남이라는 벽조차 넘지 못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씁쓸한 4위로 마감했다.

한국은 지난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3·4위전에서 김상식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과 연장 혈투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7로 패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베트남과의 상대 전적에서 6승 3무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왔으나, 이날 패배로 ‘무패 역사’에 뼈아픈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날 경기는 기록상으로는 무승부지만, 내용은 한국의 완패에 가까운 ‘졸전’이었다.

한국은 슈팅 수 32대 5, 유효슈팅 12대 3, 점유율 65%대 35%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고도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지 못했다. 이민성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고수해 온 포백 대신 스리백(3-4-3)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베트남의 촘촘한 밀집 수비를 뚫기에는 세밀함이 부족했다.

한국 U-23 대표팀, 베트남에 승부차기 패배.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U-23 대표팀, 베트남에 승부차기 패배. 대한축구협회 제공

오히려 선제펀치를 날린 쪽은 베트남이었다. 전반 30분 베트남의 역습 상황에서 응우옌 꾸옥 비엣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후반 24분 김태원의 중거리 슛으로 균형을 맞췄지만, 불과 2분 뒤 다시 리드를 내주는 등 수비 집중력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7분, 신민하의 극적인 동점 골이 터지며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갔으나 거기까지였다. 잔인한 ‘러시안룰렛’ 승부차기에서 승리의 여신은 김상식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양팀 키커들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한국의 골키퍼 황재윤은 베트남 키커들의 슛 방향을 전혀 읽지 못했다. 베트남 1~6번 키커가 집요하게 오른쪽을 노릴 때 황재윤은 계속해서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결국 7번째 키커 싸움에서 배현서의 슛이 막히고, 베트남의 슛이 골망을 가르며 승부는 끝이 났다.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베트남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베트남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일본 U23 대표팀이 AFC U23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다. 뉴스1
지난 24일 일본 U23 대표팀이 AFC U23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다. 뉴스1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해 있는 동안, 베트남 전역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김상식 감독이 일으킨 ‘매직’에 베트남 국민들은 열광했다.

경기가 끝난 시각은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새벽이었지만, 수도 하노이와 경제 중심지 호찌민의 거리는 쏟아져 나온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든 수천 명의 오토바이 부대가 경적을 울리며 도심을 질주했고, 시민들은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승리를 만끽했다.

지난 2018년 박항서 감독이 이뤄낸 준우승 신화 이후, 김상식 감독 체제에서 다시 한번 아시아 무대 3위라는 성과를 내자 베트남 축구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현지 팬들은 김 감독의 전술을 ‘다크 매직(흑마술)’이라 칭송하며 영화 해리포터 포스터에 김 감독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국으로서는 너무나 뼈아픈 결과다.
6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렸던 이민성호는 4강전 한일전 패배의 충격을 수습하지 못한 채,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베트남에마저 덜미를 잡히며 자존심을 완전히 구겼다.

한편, 이번 대회는 중국을 4-0으로 꺾은 일본이 차지했다.
중국이 2위, 베트남이 3위를 차지하며 대회가 마무리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