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중과 유예 연장 안할 것"
수요만 누르려 하면 과거 실패 반복
수요만 누르려 하면 과거 실패 반복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5월 9일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3일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5일에는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그게 오산"이라며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이 대통령은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버티기가 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치닫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탈출하는 과정에 고통과 저항이 따르더라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상법 개정 사례를 언급하며 "기업과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저항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막상 개정하고 나니 기업과 국가, 사회가 모두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도세 중과는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에게 20%p,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30%p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4년 도입 이후 정권에 따라 시행과 유예를 반복해왔다. 2022년 5월부터 유예됐던 중과가 재개되면 5월 10일 이후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는 양도차익의 최대 8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사람들이 무거운 세금을 피하기 위해 5월 전에 집을 팔려고 하면서 단기간에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절세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과제도가 시행된 이후가 더 문제다. 늘어난 세금을 감수하느니 보유를 택하는 다주택자가 늘면 매물 잠김과 거래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매물이 나오더라도 매수자가 없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고,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세제를 통한 부동산 정책은 깊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도세 중과를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세금 카드는 이미 현실화됐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가 1주택자 증세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 역시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주택정책의 핵심은 공급이다. 다만 투기 수요가 과열될 경우 세제 억제책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정교함이다. 전체 수요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금 문제라면 외과수술을 하는 것과 같은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세금 중심 정책은 '똘똘한 한 채' 수요를 키워 지역격차를 확대했고, 늘어난 세 부담이 전세금 인상으로 전가되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런 교훈을 외면한 채 더 강한 세금으로만 수요를 누르려 한다면 정책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일시적 가격 효과에 매달린다면 정책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샤워실의 바보'가 될 수 있다. 5월 10일 이후의 수요·공급 변화를 내다보며 세제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고 중장기 공급 일정과 지역별 수요 전망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더 멀리 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종합적 접근만이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