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등 완제품도 전반적으로 가격 오를듯
HDD, 반도체 공급난에 SSD 대체재 부상
PC 시장에서 솔리드스테이트네트워크(SSD)에 밀려 사양산업으로 취급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금값이 됐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SSD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재로 떠오른 HDD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27일 정보기술(IT)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를 보면 웨스턴디지털, 시게이트가 국내에 공급하는 PC용 HDD 가격이 최근 몇 달 새 급격히 올랐다. 8테라바이트(TB) 용량의 시게이트 바라쿠다 5400분당회전수(RPM)·캐시 용량 256M 제품 최저가는 지난해 9월 18만 1890원에서 이날 기준 32만 7940원으로 뛰었다. 불과 약 4개월 사이 가격이 80% 이상 급등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HDD는 저무는 산업으로 평가됐다. HDD와 비교해 데이터 전송 속도, 부팅 시간, 애플리케이션 실행시간, 전력 소비, 발열 등 용량·가격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우위인 플래시메모리 기반 SSD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사이버펑크 2077', '스타필드',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 등 최신 게임에서도 SSD 설치를 필수로 요구할 만큼 HDD는 저장장치 표준에서 밀려난 지 오래였다.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 상당수가 HDD 사업에서 철수하며, 웨스턴디지털, 시게이트, 도시바 등 사실상 3곳 만이 HDD 사업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붐은 쇠퇴했던 HDD를 다시 일으켰다. AI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선 SSD의 3배 이상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HDD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업용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며 상대적으로 PC용 HDD 공급 물량은 줄어들었다.
SSD는 가격 더 뛰어... 지난해보다 170%↑
예상을 뛰어넘는 SSD 가격 상승 추세 역시 HDD 몸값 상승을 부추겼다. 완제품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HDD를 SSD와 병행해 사용하려는 소비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HDD 공급 물량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며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됐다. 실제 SSD 가격 상승 폭은 HDD를 크게 웃돈다. 2TB 용량 삼성전자 990 프로 M.2 NVMe SSD 제품은 지난해 9월 최저가가 19만 9000원에 형성됐지만, 이날 기준 170% 이상 뛴 53만 8990원까지 치솟았다.
AI 투자 경쟁이 지속되면서 HDD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도르인텔리전스는 글로벌 HDD 시장 규모가 올해 518억 2000만달러(약 74조 8500억원)에서 2031년 697억 4000만달러(약 100조 7300억원)로, 연평균 6.1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품귀 사태가 구형 부품 몸값까지 올리면서 PC·노트북 완제품 전반에 가격 인상 기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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