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작년 협력사업비 수천억
'출연금 경쟁' 행정지도 풀리자
비용 출혈 경쟁 다시 고개들어
50조 서울·16조 인천 등 격돌
'출연금 경쟁' 행정지도 풀리자
비용 출혈 경쟁 다시 고개들어
50조 서울·16조 인천 등 격돌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은행의 재산상 이익제공에 대한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이라는 행정지도를 폐지했다.
'재산상 이익제공'이란 은행이 업무 수행과정에서 개인이나 단체에 금전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은행이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거나 대학 또는 병원과 거래를 트기 위해 제공하는 임차료·출연금·기부금·후원금 등이다.
그간 입찰과정에서 은행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정상 수준을 넘는 기부금·출연금을 내는 사례가 많아졌고, 금감원은 지난 2020년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신설해 행정지도 형식으로 이를 적용했다. 은행이 지나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그 부담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마다 연장되던 가이드라인은 '감독목적 달성'의 사유로 지난해 3월 폐지됐다. '금융권에 투명한 이익제공 관행이 정착돼 행정지도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은행권의 출혈경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은행권 공공금고 협력사업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지자체와 지방교육청 금고로 선정된 12개 은행이 협력사업비로 지원한 금액은 3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면 오는 5월 서울시의 금고지기 선정을 앞두고 있어 은행 간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시금고는 일반적인 세입·세출부터 지역개발기금, 재난관리기금 등 총 50조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한다. 지자체 부대사업과 공무원 급여관리 등 부수 거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단순한 수신 규모를 넘어 '서울시금고'라는 상징성과 공신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서울시금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신한은행과 이를 뺏으려는 우리은행의 비용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서울시금고 재선정 당시 신한은행은 서울시에 2600억~2700억원의 출연금과 각종 부담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700억~750억원의 비용을 서울시에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예산 16조원의 인천시금고 선정도 예정돼 있어 은행들의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로 본사를 이전한다. 지난 2007년부터 1금고를 지키고 있는 신한은행과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이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굵직한 금고 입찰이 기다리고 있다.
금고 심사는 금융회사의 신용도, 예금 및 대출 금리, 지역주민 편의성, 금고 업무관리 능력 등으로 평가한다. 이 가운데 출연금 규모, 예금·대출 금리 등 정량적 평가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시나 인천시 금고 등은 예산관리뿐만 아니라 홍보 효과도 커 은행들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며 "시중은행 간의 경쟁에서는 신용도,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변별력이 없다 보니 출연금이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출혈 경쟁의 반복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법에 관련 규정이 있고, 행정지도는 구속력 있는 규제도 아니라 제재할 수 없다"며 "은행들도 내규에 반영을 해서 추가적인 실익이 없어서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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