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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가 있으면 인생이 망할까 [나의 탈모 해방일지]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30 15:59

수정 2026.02.20 14:01

[파이낸셜뉴스] 회사에서 탈모 전문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취재차 탈모 명의로 불리는 심우영 의학박사를 만났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친 박사가 “기자님 탈모 같아.”라고 하신다. 이렇게 나의 ‘진짜’ 탈모 해방일지가 시작됐다.

편집자주: 탈모 전문 콘텐츠를 만들다 탈모를 발견했습니다.

탈모를 치료하는, 탈모가 있는, 탈모가 두려운 사람들을 만나 탈모 해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기사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머리숱 적지 않아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면 탈모 의심해야

심우영 박사는 설명했다. 아~주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10년도 더 되었을 것이라고. 그러고보니 10대에는 머리를 묶어도 머리끈을 두 바퀴 이상 돌리지 못했다. 머리숱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바퀴도 돌린다. 많이 줄었다. 하지만 내 나이 30대 중반. 당연한 것 아닌가? 누구나 이만큼은 줄어들지 않나? 아직도 미용실에 가면 머리숱이 많다고 하는데? 수 많은 물음표가 뇌리를 스쳤다.

탈모는 두피 확대경을 통해 정수리 주변의 모발 상태를 확인, 이후 후두부와 전두부(정수리) 모발 굵기를 비교해 확인한다. 그간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진료 후 후두부와 전두부 모발을 만져보니 굵기 차이가 느껴진다. [나의 탈모 해방일지]
탈모는 두피 확대경을 통해 정수리 주변의 모발 상태를 확인, 이후 후두부와 전두부(정수리) 모발 굵기를 비교해 확인한다. 그간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진료 후 후두부와 전두부 모발을 만져보니 굵기 차이가 느껴진다. [나의 탈모 해방일지]

심우영 박사는 내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확신했다고 말한다. 이내 확대경을 꺼내들더니 내 후두부와 정수리를 비교해서 보여준다. 그러니까 정수리(혹은 전두부)와 후두부의 밀도, 굵기가 차이가 나면 문제라는 것이다. 반박할 수 없었다. 최근 정수리 주변에 볼륨이 부족해졌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후두부 보세요. 모발이 아주 빽빽하고 굵죠? 정수리에는 가느다란 모발이 많이 보입니다.”

두피 확대경을 통해 확인한 후두부 모발(좌)과 정수리 모발(우). 후두부는 모발의 굵기가 일정하며 밀도도 높은 편이다. 정수리의 모발은 가늘어진 모발이 눈에 띈다.[나의 탈모 해방일지]
두피 확대경을 통해 확인한 후두부 모발(좌)과 정수리 모발(우). 후두부는 모발의 굵기가 일정하며 밀도도 높은 편이다. 정수리의 모발은 가늘어진 모발이 눈에 띈다.[나의 탈모 해방일지]


“여성분 중 탈모가 진행 중인 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티비만 봐도 몇몇 여배우들이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상에서는 지하철을 탔을 때 내려다보면 바로 알 수 있죠. 그런데 보통 여성은 잘 체감하지 못합니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에요.”

유전으로 인한,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남성형탈모와 여성형탈모의 발현은 DHT 호르몬에 대한 민감도 때문에 나타난다. 모두 유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단 탈모가 시작되면 전두부의 머리가 가늘어지는 것이 전초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초전이 어느정도 진행되면 이제 본격적인 전쟁(모발 탈락)이 시작되는데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워낙 강해 DHT의 영향력이 미미하고, 나처럼 느리게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단다.

ChatGPT가 표현한 여성형탈모. 정확하다. 정수리 주변의 모발이 가늘어지기 시작해 가르마가 넓어진다. 사진: ChatGPT [나의 탈모 해방일지]
ChatGPT가 표현한 여성형탈모. 정확하다. 정수리 주변의 모발이 가늘어지기 시작해 가르마가 넓어진다. 사진: ChatGPT [나의 탈모 해방일지]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겁니다. 그런데 워낙 속도가 느려 잘 모를 거예요. 하지만 50살이 넘어가면 굉장히 많은 양의 모발이 탈락해있을 겁니다."

탈모는 탈모인데 느린 탈모다?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양가 할아버지, 엄마아빠, 삼촌과 작은아빠, 양가 사촌오빠들도 다 풍성한데(물론 이 세대에는 약을 먹고있을 수 있다. 나만 탈모일리 없잖아.) 내가 탈모라고? 게다가 난 여잔데? 서글픈 마음이 밀려오는 순간 위로의 말이 들린다.

“지금부터 미녹시딜을 바르세요. 속도가 느리고 정도가 심하지 않아 미녹시딜을 바른다고해서 머리숱이 눈에 띄게 많아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도 관리를 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50대에도 풍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희망이 있다. 잘 관리하면 탈모를 이길 수도 있다. 그냥 웃었다.

여성 탈모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차라리 남자가 편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남자라면 남성호르몬이 변환하여 만들어진, 그리하여 탈모를 일으키는 DHT호르몬에 관여하는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된다. 시중에 잘 알려진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아보다트가 해당한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미녹시딜이 거의 유일한 약이라고.

약학정보원 홈페이지에 '미녹시딜'을 검색한 결과. '혈관 확장의 부수적인 효과로 모발 성장을 촉진 시킴' '피부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휴지기 모낭을 자극함'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나의 탈모 해방일지]
약학정보원 홈페이지에 '미녹시딜'을 검색한 결과. '혈관 확장의 부수적인 효과로 모발 성장을 촉진 시킴' '피부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휴지기 모낭을 자극함'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나의 탈모 해방일지]

미녹시딜은 1970년대 초 고혈압치료제로 만들어졌으나 다모증의 부작용이 보고되어 탈모 치료제로 쓰인다. 보통은 두피에 직접 바르는 약을 사용하는데, 혈관을 확장해 모근으로 가는 혈류를 늘려 유효한 성분을 많이 공급하려는 목적이다.

미녹시딜은 경구용과 외용제로 출시된다. 역시 약학정보원 홈페이지에서 다시 검색해 본다. 제품명에 '미녹시딜', 투여 경로에 '외용제'를 선택하니 그 종류가 70여 가지에 달한다. 액이나 폼, 크림 형태로 다양하고 미녹시딜 용량도 2%에서 5%까지 찾아볼 수 있다. [나의 탈모 해방일지]
미녹시딜은 경구용과 외용제로 출시된다. 역시 약학정보원 홈페이지에서 다시 검색해 본다. 제품명에 '미녹시딜', 투여 경로에 '외용제'를 선택하니 그 종류가 70여 가지에 달한다. 액이나 폼, 크림 형태로 다양하고 미녹시딜 용량도 2%에서 5%까지 찾아볼 수 있다. [나의 탈모 해방일지]


미녹시딜을 꾸준하게 사용하면 성장기-퇴행기-휴지기로 이어지는 모발의 성장 주기 중 휴지기를 단축하고 성장기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녹시딜은 12주 이상 16주 이내에 최고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는 미녹시딜은 액상이나 겔, 폼, 크림 형태로 출시되는데 3%, 5% 외용제는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은 대부분 비슷하다. 모발과 두피를 완전히 건조한 후 정해진 용량을 환부에만 바른다. 최소 4개월 이상 발라야 효과가 있다. 중단하면 탈모가 재발할 수 있다(!).

탈모가 있어도 인생은 망하지 않는다

심우영 박사와 인사를 나눈 후 바로 약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세 좋게 “안녕하세요. 로게인폼 주세요.”라고 말했다. 마치 전쟁에 출전하는 전사처럼 비장하게. 이후 사용 방법에 쓰인 대로 매일 저녁 머리를 감고 두피를 완전히 건조한 후 정해진 용량을 바르고 있다. 이제 2주 지났다. 여전히 빠지는지, 조금 풍성해지고 있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다.

얼마 전 다른 취재차 탈모 약을 복용한 대학 선배를 만났을 때 선배는 말했다.
“예전에는 탈모 약 먹으면 ‘너 망했다’고 했었어. 요즘엔 아니야. 다들 비타민 먹듯이 먹어.” 그렇게까지 말했다고? 막상 탈모 관리를 시작해보니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진다. 뉴헤어 김진오 원장도 파이낸셜뉴스에 연재하는 칼럼에서 그랬다.
'탈모는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관리해야 할 체질일 뿐'이라고. 탈모여도 인생 안 망한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