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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뭉친 CEPI와 한국, "AI로 백신 개발 100일 만에 끝낸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4 17:06

수정 2026.02.04 20:27

"한국의 AI 역량과 바이오 제조 능력 시너지 입증돼"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리처드 해쳇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감염병혁신연합 제공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리처드 해쳇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감염병혁신연합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감염병 대응의 사령탑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대한민국 국회를 찾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국제 보건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AI 기술과 보건 공적개발원조(ODA)를 결합해 차세대 팬데믹에 대응하는 ‘디지털 보건 안보’의 중심지로 한국을 지목한 것이다.

오슬로와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CEPI는 4일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 등과 함께 ‘AI 시대 보건 ODA의 새로운 방향성’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외교부, 질병관리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와 산업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해 한국이 AI-바이오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리처드 해쳇 CEPI 대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언급하며, “전 세계 승인 의약품 중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해 설계된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AI 역량과 바이오 제조 능력이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가 이미 입증되었다는 취지다.

해쳇 대표는 이어 CEPI의 차세대 전략인 ‘팬데믹 대비 엔진’을 소개했다. 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병원체의 위험도를 실시간 식별하고 최적의 백신 설계안을 제안하는 AI 플랫폼이다.

이를 활용하면 수개월이 걸리던 백신 후보 물질 발굴을 단 며칠 만에 끝낼 수 있어, CEPI와 한국이 공동 추진하는 ‘100일 미션(바이러스 발견 후 100일 내 백신 개발)’ 달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이날 해쳇 대표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보안 허브인 ‘AI 팩토리’ 역할을 맡아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이다.

그는 “한국은 슈퍼컴퓨팅 인프라와 백신 개발 전문성, 제조 역량을 모두 갖춘 전 세계 유일한 모범 사례”라며, 한국의 ODA 기여금이 단순한 원조를 넘어 국내 바이오 산업 투자와 글로벌 기술 표준 선점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팬데믹 대응이 단순한 자금 지원에서 AI·바이오 기술 중심의 ‘역량 강화 ODA’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재정 의원은 “AI 기술 발전으로 연구개발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전략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고, 과기정통부와 국무조정실 등 정부 관계자들도 AI-바이오 융합을 통한 감염병 대응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CEPI는 이번 방한 기간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전격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EPI의 글로벌 백신 제조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2000만달러(약 270억원)의 초기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백신 생산 기지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