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탐욕 지수 '8점' 기록
루나·FTX 사태 이후 최악 심리적 패닉
포지션 20억 달러 강제 청산
연쇄 하락 악순환에 갇힌 시장
루나·FTX 사태 이후 최악 심리적 패닉
포지션 20억 달러 강제 청산
연쇄 하락 악순환에 갇힌 시장
가상자산 시장이 짙은 공포에 잠겼다. 지난해 10월 12만 6,279달러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비트코인이 불과 4개월 만에 '반토막' 났다. 미 연준(Fed)의 차기 의장 지명 쇼크와 믿었던 현물 ETF의 역대급 자금 이탈이 맞물리며 시장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퇴로 없는 벼랑 끝에 몰린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강제 졸업했습니다" , "영끌이라 진짜 망했습니다" , "시간을 되돌리고 싶네요"
#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투자자 김 모 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유례없는 구조적 붕괴 조짐을 보이며 패닉에 빠졌다. 7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약 6,000억 달러(한화 약 870조 원) 이상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12만 6,279달러 대비 하락폭이 50%에 육박하며, 과거 강세장에서 보여준 20% 내외의 조정 패턴을 완전히 벗어났다. 시장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는 100점 만점에 8점까지 추락하며 2022년 루나 사태와 FTX 파산 당시의 트라우마를 재현하고 있다.
워싱턴발 '워시 쇼크', 긴축 공포가 시장 짓눌러
이번 시장 폭락의 도화선은 미국 워싱턴발 정책 불확실성이었다. 시장은 당초 2026년 상반기 금리 인하를 기대했으나,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류가 급변했다. 1월 미국 기업들의 해고 규모가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한파가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이유로 긴축 기조 유지가 시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의 매파적 성향이 시장 발작을 불러일으켰다. 월가는 워시 전 이사가 취임할 경우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에 따라 유동성의 힘으로 버티던 위험 자산 시장 전반이 흔들렸고, 그중에서도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이 이른바 '워시 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나스닥 AI 거품론과 비트코인의 '커플링'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증시가 인공지능(AI) 수익성 회의론과 함께 급락한 것도 대형 악재였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AI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적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위험 회피 심리가 극대화됐다.
MS는 최근 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 지출(Capex)이 전년 대비 약 50% 급증했다는 발표에 주가가 급락했다. 엔비디아 역시 매출 총이익률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과 함께 차세대 칩 공급 지연 우려가 겹쳤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서 증시와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기대받았으나, 실제로는 기술주와의 동조화 현상이 0.80까지 치솟았다. 이는 주식 시장이 1만큼 떨어질 때 비트코인도 거의 같은 방향과 강도로 추락했음을 의미하며, 사실상 위험 자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기관의 배신… 현물 ETF 역대급 자금 유출
상승장을 견인했던 기관 자금은 하락장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총 25억 달러(한화 약 3조 6,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출되며 주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특히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마저 유출세로 돌아섰다. IBIT의 평균 매수 단가는 약 9만 달러 선으로 추정되는데, 가격이 6만 달러 초반까지 무너지자 기관들조차 리스크 관리를 위한 손절매(Stop-loss)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분석된다.
선물 시장의 강제 청산은 하락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코인글래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롱 포지션(상승 배팅) 청산 규모는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이 7만 달러와 6만 5천 달러 지지선을 차례로 잃자 고배율 레버리지 물량이 투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됐다. 국내 시장 역시 피해가 극심했다. 폭락 초기 10% 이상 치솟았던 김치 프리미엄은 투매 과정에서 2%대까지 급격히 축소되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중고를 안겼다.
채굴자 항복과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본전' 위기
채굴 업계와 고래 투자자들의 상황도 한계점에 다다랐다. 반감기 이후 채산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평균 채굴 원가인 5만 5천~6만 2천 달러 선을 위협하자, 채굴자들이 보유 물량을 거래소로 보내는 '항복(Capitulation)' 징후가 포착됐다. 비트코인 최대 보유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역시 평균 매입 단가인 5만 9,224달러 부근까지 가격이 내려오며 사실상 손익분기점에 진입했다. 시장에서는 이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가격이 4만 달러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 견해 팽팽… "거품 붕괴" vs "100만 달러 전망"
비트코인 전망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이크 맥글론은 "정상적인 거품 붕괴 과정이며 4만 달러 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아크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는 "펀더멘털은 변함없으며 2030년 100만 달러 도달 전망을 유지한다"고 맞섰다. 여기에 유럽이 세계 최초로 만든 가상자산 법안(MiCA)이 본격 시행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같은 글로벌 금융 기구들까지 '코인 시장을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도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더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앞날을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위험성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각인시켰다. 이제 비트코인은 6만 달러라는 심리적 지지선을 시험받고 있다. 이번 폭락이 건전한 조정일지, 아니면 장기 침체의 서막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시장을 둘러싼 경제 환경과 수급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인 투자에 나섰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혼란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강제 청산 당하고 , 정신차렸다"고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40대 직장인은 "비록 이번은 (내 투자) 시즌 종료지만, 시드를 조금씩 모아서 다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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