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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암호화폐 겨울…"이유를 모른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8 06:26

수정 2026.02.08 06:26

[파이낸셜뉴스]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주 16% 폭락하며 다시 '암호화폐 겨울'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겨울을 촉발한 뚜렷한 요인이 없어 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AFP 연합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주 16% 폭락하며 다시 '암호화폐 겨울'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겨울을 촉발한 뚜렷한 요인이 없어 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AFP 연합

암호화폐 시장에 3년여 만에 다시 한파가 닥쳤다. 이 새로운 암호화폐 겨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가격 붕괴의 정확한 배경을 모른다는 것이다.

원인을 못 찾으면 해결도 어렵다. 이번 겨울이 길고 혹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시장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스모킹 건이 없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지난 1주일 16% 폭락하며 7만달러 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시가총액 기준 2위인 이더리움은 고점 대비 59% 폭락했다.

문제는 이번 폭락 사태를 촉발한 결정적인 사건, 스모킹 건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에는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이른바 가상자산공개(ICO) 거품 붕괴가 겨울로 이어졌다.

기업공개(IPO)처럼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ICO는 규제가 거의 없고, 백서 하나 만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받고 신규 코인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급속히 덩치가 커졌다.

그러나 엄청난 돈을 끌어들인 이 프로젝트들은 약속했던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거나,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사기를 벌이려 만든 가짜 프로젝트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시장을 급격히 냉각시켰다.

2018년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80% 이상 폭락했고, 이른바 알트코인들은 99% 넘게 추락하며 휴지 조각이 됐다. 첫 번째 ‘암호화폐 겨울(Crypto Winter)’이었다.

두 번째 겨울은 2022년 11월 세계 3위이자 ‘가장 신뢰받는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하고, 고객 자금 유용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시장 신뢰가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투매했다.

FTX 파산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약 25% 하락해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이더리움은 약 30% 급락했다.

FTX와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강력하게 후원했던 솔라나는 70% 폭락했다.

1주일 만에 암호화폐 시가총액 약 2000억달러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눈에 보이는 결정적인 사건이 없어 투자자들을 더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5가지 추측

시장에서는 그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우선 암호화폐를 대신할 새로운 매력적인 시장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예측시장, 금, 은,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등이 암호화폐를 웃도는 높은 수익성을 보이면서 돈을 끌어들였을 것이란 추정이다.

공급과잉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이 앞다퉈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외에도 관련 투자 상품으로 주의가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인을 보유하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희소성이 희석됐다.

뚜렷한 배경 하나는 ‘매파’로 분류되는 케빈 워시가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점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암호화폐가 타격을 입었다.

차익실현도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2024년 대선에서 암호화폐 산업을 부양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뒤 비트코인 가격이 80% 이상 폭등한 터라 많은 투자자들이 이익을 확정 짓기 위해 매도에 나서면서 가격 급락세가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입법 차질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끌어들이는 ‘지니어스 법’이 통과됐지만 암호화폐 규제 틀을 짜는 ‘명확성 법(Clarity Act)’ 입법이 은행과 거래소 간 갈등으로 중단된 것이 실망 매물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엇갈린 전망

‘비트코인 전도사’라고 부르는 암호화폐 보유 기업 스트래터지 공동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스카이브리지 캐피털 설립자 앤서니 스카라무치 등 거물들은 장기적인 낙관을 유지하고 있다.

FTX 파산 같은 시장 내부 결함이 없고, 인프라가 튼튼해졌기 때문에 암호화폐 산업은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세일러는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면서 ‘최소 4년’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라 “가치가 없는 쓰레기(Shitcoin)”라고 주장했다.

루비니는 각종 인터뷰와 기고문을 통해 암호화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주식은 배당을, 채권은 이자를 주고, 부동산은 임대 수익을 주지만 암호화폐는 아무런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해 ‘내재가치’가 없는 휴지 조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화폐의 세 가지 조건인 가치 저장 수단, 가치 척도, 교환 매개 그 어떤 것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변동성이 너무 커서 본래 목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매기는 단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루비니는 암호화폐 시장이 ‘탈중앙화’ 구호와 달리 소수 채굴자와 거래소에 의해 중앙 집중화돼 있다면서 일반 투자자들을 약탈하는 거대한 ‘폰지 사기’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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