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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빔 속도 250배 높였더니..폐 ‘플래시’ 정상조직 보호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9 09:51

수정 2026.02.09 09:51

기존 치료 대비 부작용 적고, 효과는 증대돼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 '플래시' 치료의 효과를 연구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 '플래시' 치료의 효과를 연구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차세대 방사선 치료 기술로 주목받는 ‘플래시(FLASH)’ 치료가 폐에서도 정상 조직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전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상 적용 가능성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9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방사선종양학과 한영이·최창훈 교수, 이성은 박사 연구팀은 양성자 기반 플래시 치료가 폐 조직에서 기존 치료 대비 부작용을 현저히 줄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영국 영상의학회지(BJR)에 발표했다.

플래시는 고선량의 방사선을 1초 미만의 극히 짧은 시간에 집중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종양 제어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임상 연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사선 이용 미래혁신 기반기술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한영이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은 ‘암치료의 혁신을 위한 양성자 조사의 미래기술 연구’ 과제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자체 구축한 전임상 모델에서 60그레이(Gy)에 해당하는 양성자를 폐 조직의 국소 부위에 조사하며 기존 치료와 플래시 치료를 비교했다. 기존 플래시 연구가 폐 전체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실제 암 치료 상황과 유사하게 조사 범위를 제한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 치료는 초당 2그레이 속도로 약 30초에 걸쳐 방사선을 조사했다. 반면 플래시 치료는 조사 속도를 250배 높여 초당 500그레이로, 약 0.12초 만에 동일 선량을 전달했다.

그 결과 기존 방식에서는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와 염증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난 반면, 플래시 치료군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이 현저히 감소했다. 조직 회복 속도 역시 플래시 치료군에서 더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피부 부작용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기존 치료군에서는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괴사하는 피부염 증상이 관찰됐으나, 플래시 치료군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생물학적 기전 분석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동일한 선량 조건에서도 플래시 치료는 폐 조직 내 염증 유발 물질 생성을 억제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정상 세포의 DNA 손상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양성자 플래시 치료가 폐암과 같은 난치성 암 치료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국내 입자선 치료를 선도하고,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5년 12월 개소한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최근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약 8000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누적 치료 건수는 약 10만 건에 달한다.


삼성서울병원은 2024년 일본 스미토모기계공업과 플래시 기술 관련 공동 연구를 시작한 데 이어, 2025년에는 플래시 임상 적용에 필수적인 정밀 선량 평가 기술 개발에도 성공하는 등 관련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