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서울시립대 장영준 교수팀
두께만으로 전기를 조절
'비휘발성 스위치' 만들어
전원 꺼져도 정보 그대로
AI 반도체 에너지 혁명 예고
두께만으로 전기를 조절
'비휘발성 스위치' 만들어
전원 꺼져도 정보 그대로
AI 반도체 에너지 혁명 예고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스마트폰 배터리 걱정, 이제 끝?
이 기술의 핵심은 '에너지 다이어트'다. 기존 AI 반도체는 계산할 때 전기를 많이 써서 뜨거운 열이 났지만, 이번에 발견한 스위치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잊지 않는 '비휘발성' 특징이 있다. 덕분에 낭비되는 전력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어, 미래의 스마트폰이나 로봇이 배터리 걱정 없이, 뜨거워지지도 않으면서 훨씬 더 똑똑하게 작동하게 된다.
■원자 알갱이를 한 층씩 쌓아 올리다
연구팀은 '란타늄 티타늄 산화물'이라는 특별한 재료를 사용했다.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듯 아주 얇은 막으로 만들며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에는 물질의 성질을 바꾸려면 뜨거운 열을 가하거나 강하게 눌러야 했지만, 연구팀은 오직 1층에서 40층까지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하며 물질 내부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힘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숫자' 속에 숨겨진 마법 같은 변화
연구팀은 초미세 막을 한 층씩 쌓아가며 관찰하던 중, 두 번의 결정적인 변화의 순간을 포착했다.
첫 번째 변화는 막을 6층까지 쌓았을 때 일어났다. 마치 건물의 기초가 바뀌듯 물질 내부의 원자 격자 구조가 스스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반전은 12층이 되는 순간 찾아왔다. 전기가 시원하게 흐르던 금속 상태가 마치 자물쇠가 잠기듯 전기를 꽉 차단하는 '절연체'로 완벽하게 변신한 것이다.
이때 전자의 에너지 상태는 약 0.3 eV만큼 껑충 뛰어올랐다. 이는 외부에서 뜨거운 열을 가하거나 강하게 누르지 않아도, 오직 '두께'라는 설계도만으로 전기를 통하게 하거나 막을 수 있는 '꿈의 스위치'가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과학적인 숫자로 증명해낸 순간이었다.
■장영준 교수가 전하는 '미래'
이번 연구를 이끈 장영준 교수는 "이번 성과는 우리 뇌의 신경망을 흉내 낸 '뉴로모픽 AI 반도체'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인공지능이 에너지 걱정 없이 더 인간답고 똑똑하게 작동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번 발견의 의미를 전했다.
이 혁신적인 연구는 국제 학술지 'Communications Materials' 2026년 1월호에 게재되며 전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언박싱 연구실'의 첫 번째 리포트, 흥미로우셨나요? 다음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알맹이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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