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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로보틱스, 미래기술 선점 위해 수천억 필요한데 중복상장 우려에 난관
[파이낸셜뉴스]HD현대에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와 지역 고용 및 15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 로봇으로 대표되는 미래 투자 등 사방에서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 그룹을 넘어 국가와 업종을 선도할 핵심 프로젝트지만, 차입 규모가 14조원을 넘어 지주회사 여력만으로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처럼, 로봇 투입 무대를 조선소로 옮긴 HD현대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가 투자 유치와 더불어 그룹의 미래 가치 성장을 책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입금 확대 속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화
10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HD현대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2조1000억원에서 2025년 3월 말 2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옥(GRC) 건립, 계열사 지분 추가 취득, 금융비용 부담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하지만 HD현대의 짐은 가볍지 않다. 당장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계 사모펀드(PEF) 서버러스캐피털, 산업은행과 손잡고 조성하는 50억달러 규모 투자펀드가 대표적이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올해부터 미국 조선소 인수와 업그레이드, 첨단 선박 개발 및 건조, 조선 기자재 공급망 확충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미국 최대 방산 조선소인 헌팅턴잉걸스와 손잡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인공지능(AI) 방산 기업인 안두릴과는 무인 함정 건조를 위해 미국 내 조선소 확보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용에 쏟는 자금도 크게 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업계 최고 대우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체결했다. 월 기본급 기준 한화오션 12만3262원, 삼성중공업 13만3196원을 뛰어넘는 13만5000원(호봉 승급분 포함)을 제시하면서다. 격려금 640만원과 특별금(약정임금 100%) 지급을 넘어 고용안정협약도 HD현대의 부담을 늘린 부분이다.
지역 고용 확대를 위한 투자도 예정돼 있다. HD현대는 조선해양 산업 클러스터인 전남 대불산업단지에 AI(인공지능) 조선기술 실증센터와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등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협력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성과 공유를 통한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성과급 등 지원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 위해 수천억 필요한데..적기 놓치면 어쩌나
HD현대의 마스가, 고용 기여와 달리 미래를 위해 키우는 HD현대로보틱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도 섞여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등이 중복상장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HD현대로보틱스가 상장 시 7조원 이상 기업가치(EV)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HD현대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하지만 업계에서는 지주회사 매출 대비 HD현대로보틱스의 매출 비중이 0.3%에 불과해 상장으로 인한 지주회사 가치 훼손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상장이 모회사인 HD현대의 주주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키움증권 안영준 애널리스트는 HD현대로보틱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할 경우 모회사인 HD현대의 순자산가치(NAV)가 14배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두산로보틱스 상장 당시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정식으로 평가받으면서 모회사인 두산의 주가가 크게 재평가(Re-rating)됐던 사례와 유사하다.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수천억원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상장'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있다. HD현대가 지주사로서 이미 상당한 자금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로봇 사업까지 자체적으로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KDB산업은행과 KY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프리IPO 투자(상장 전 지분 투자) 성격상 상장에 실패할 경우 투자 계약서상 HD현대 측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HD현대로보틱스는 외산 초대형 로봇 의존도가 높았던 초고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국산 기술 로봇을 개발 중이다. 생산 현장에 적용해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규모 양산을 위해서는 상당한 운영 자금이 필요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로보틱스가 적기 상장에 실패해 자금 유치에 차질을 빚을 경우 글로벌 로봇 전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중복상장=지주회사 가치 훼손 및 죄악'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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