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소 이전에 혈당, 혈압 수치 만족감 커
BMI 치수와 당뇨병 등 질환자에게만 권고
"욕망의 영역 아닌 의료적 수요로 접근해야"
BMI 치수와 당뇨병 등 질환자에게만 권고
"욕망의 영역 아닌 의료적 수요로 접근해야"
식사량이 절반 가까이 줄고 음주는 거의 안 하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체중 감량 속도가 느리긴 하다. 앞서 몇번의 다이어트로 10kg 이상 빼 본 적이 있는 만큼 감량은 더욱 더디게 느껴졌다. 실제 주변에서도 '아직 그 정도 밖에 안 빠졌냐'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옷을 입을 때 훨씬 편안한 감이 있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컨디션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무게에 변동이 없으니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4주에 32만원이라는 싸지 않은 비용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본질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마운자로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주사형 당뇨·비만 치료제다. 애초에 비만 치료제라는 이름은 없다. 주 1회 복부나 허벅지에 자가 주사하는 방식으로 투여한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형(GLP-1)과 폴리펩타이드(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을 늦추며, 이 과정에서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한다. 그 결과 따라오는 효능으로 체중 감량이 있을 뿐이다. 체중에만 집착하는 건 틀렸다. 그렇다면 혈당과 혈압 수치는 어떻게 변했을까.
마운자로 투여 전 최고 혈압은 140 정도였다. 혈압약을 복용한지도 6개월 됐다. 담당 의사는 혈압약을 처방하며 체중을 10% 정도 줄이면 약을 계속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마운자로 투여 3주만에 혈압은 120대까지 떨어졌다. 매일 조금씩 다르지만 최고혈압은 125~130 정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고혈압 전단계에 들어가긴 하지만 상당히 떨어진 수치다. 수축기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도 마운자로의 효능 중 하나이니 약효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혈당은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재 보기로 했다. 4번째 주사를 맞기 전날 측정기를 부착했고 3일간 지켜봤다. 그 결과 30대 이후 꾸준히 100을 넘어 당뇨전단계 위험을 고지받았던 공복혈당이 90후반대로 떨어졌다. 다소 높긴 하지만 정상 범주다. 식후 혈당의 경우 간이 많은 불고기를 먹었을 땐 최고 180까지 올랐고, 쌈채소 비중을 높여 삼겹살을 먹으니 최고 150이 나왔다. 임신성 당뇨를 앓고 있을 때 인슐린 주사를 맞고도 식후 혈당이 180~200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졌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혈당과 혈압, 체질량지수(BMI)가 모두 높은 경우 마운자로는 체중 감량 이전에 혈당과 혈압에 먼저 작동하는 것 같았다. 반대로 혈당, 혈압, BMI가 전부 정상인데 체중 감량만을 위해 이 약을 투여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 마운자로는 BMI 30 이상 고도비만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지혈증 같은 질환이 동반된 경우 권고된다.
'혈당 스파이크 제로'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는 "정상 BMI이거나 혈당 장애가 없는 사람에겐 권고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론 (부작용이) 연구된 바가 없다. 위험성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운자로가 의료적 수요가 아니라 욕망의 영역이 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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