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리커머스 시장 키우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1 18:18

수정 2026.02.11 19:18

이신애 글로벌리커머스 협회장
이신애 글로벌리커머스 협회장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재정 지원 중심의 접근을 반복해 왔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공공의 책임이기에 보조금을 동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기차 보급 정책에서 정부 보조금이 고가의 배터리 비용을 보완하며 시장 확대를 이끌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재정 지원은 체계적인 전환을 위한 출발점일 뿐, 그것만으로 지속가능한 변화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순환경제의 핵심은 '자원순환의 자립성'이다.

특정 주체가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동력을 공급하지 않더라도, 제품의 가치를 연장하고 재유통하는 생태계가 시장 안에서 스스로 작동해야 한다.

이 점에서 재활용(Recycling)과 상거래(Commerce)가 결합한 '리커머스(Recommerce)'는 단순한 재사용을 넘어, 자원순환을 경제적 활동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모델이다. 따라서 리커머스는 단순한 '중고거래'로 치부 될 것이 아니라 제품 상태 검수, 품질 보증, 안전 거래 시스템 등 신뢰 기반의 산업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시민사회 기반의 자원순환 활동이 리커머스와 결합한 대표 사례로는 '아름다운가게'를 들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을 상품화해 전국 100여 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번개장터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유통 채널을 확장하며 리커머스 생태계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대표 플랫폼인 번개장터, 당근, 중고나라 역시 생활 속 리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확장해 왔다. 이들 플랫폼은 소비자 간 거래(C2C) 기반 거래를 디지털화하며, 전자제품부터 의류·명품·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의 리커머스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리커머스 확산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은 '신뢰'다. 중고 제품은 구매 전에 상태를 완전히 확인하기 어렵고, 거래 상대 또한 불특정 다수인 경우가 많아 거래 리스크가 높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잠재 소비자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은 안전 거래 체계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스크로 기반 결제 시스템처럼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거래 메커니즘을 리커머스에 확산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한 '전국민 생활편의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중고거래 표준화' 관련 제안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점은 의미가 크다. 더불어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전략 3.0'을 발표하며 중고거래 플랫폼 표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 역시, 리커머스를 순환경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리커머스 시장의 표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선되어야 할 과제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다. 안전결제, 거래 분쟁 조정 등 소비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강화하는 요소가 표준에 포함될 때 국내의 리커머스 표준이 세계 표준으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환경과 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정부의 첫 걸음을 기대하며, 이러한 제도적 시도가 실질적인 시장 신뢰로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이신애 글로벌리커머스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