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물의 투명함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1 18:25

수정 2026.02.11 18:38

박임수 한남대 사회적경제기업 교수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
박임수 한남대 사회적경제기업 교수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
공정(Fairness)과 투명성(Transparency)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질적으로 달라졌다. 과거에는 결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디지털 전환과 함께 MZ세대가 경제·사회에 전면으로 등장하며 과정은 결과 만큼이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렴은 더 이상 개인의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조직과 사회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기초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지표로 본 대한민국의 청렴 성적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24년 대한민국 국가청렴도(CPI)에서 180개국 중 30위권에 머물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청렴도가 낮을수록 불필요한 의혹과 갈등에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이는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국가 청렴도의 반등은 공공부문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달려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보여준 비약적인 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5년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 1등급'을 달성했다. 특히 1년 만에 3등급에서 1등급으로 두 단계를 뛰어넘은 도약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과정에 어떠한 노력과 변화가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서 우리 사회와 공공부문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청렴을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부패가 생기기 쉬운 지점부터 정밀하게 손 봤다. 2024년 '청렴혁신 드라이브 추진단'을 꾸리고 건설과 운영처럼 민감한 분야와 인사와 예산처럼 불신이 쌓이기 쉬운 영역을 개편했다. 불법 하도급 관리부터 회계 상시 모니터링, 법인카드 관리 개선까지 내부통제를 강화하며 청렴이 시스템으로 정착하게끔 고강도 혁신을 추진했다.

보상 구조의 공정성도 높였다. 성실한 사람은 지치고 요령 부리는 사람이 득을 본다면 조직의 역량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승진시험제, 전보 마일리지제도 등을 도입하며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했다.

청렴을 중심으로 업무와 소통 방식을 재조정하는 일에도 집중했다. 세대를 아우르는 조직문화 프로그램 'BESPOKE'와 자발적 청렴 가치 확산을 돕는 '청렴 프로모터' 운영 등을 통해 청렴의 가치를 조직 내부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지금 한국수자원공사는 중대한 변화와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물 관리라는 전통적 역할을 넘어 글로벌 기후테크 기업으로 도약해야 하고, AI 기반 물관리 혁신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에 이르기까지 전에 없던 과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이자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는 도전과 목표는 기술만으로 이룰 수 없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자원과 인력을 최적화하고, 불필요한 소모적 갈등을 줄여 의사결정의 효율과 타이밍을 높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결국 투명성과 공정성은 조직은 물론 대한민국을 일류로 만드는 최고의 전략인 셈이다.


AI와 MZ세대의 등장은 청렴을 도덕의 영역에서 경쟁력의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 이제 투명성과 공정성은 선도국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자본이 됐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성취 속에서 우리 사회의 청렴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임수 한남대 사회적경제기업 교수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