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을 “유럽의 자식”이라고 표현하며 대서양 동맹 복원을 강조했다.
관세 갈등과 나토(NATO) 압박, 그린란드 발언 등으로 흔들린 미·유럽 관계를 봉합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고,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명확한 약속도 빠졌다.
루비오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인의 집은 서반구에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유럽의 자식”이라며 “미국과 유럽은 함께 속해 있다”고 말했다. 대서양 시대의 종말을 거론하는 최근의 분위기를 반박하며 “그것은 우리의 목표도, 바람도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루비오 장관은 또 유럽의 문화적 유산을 치켜세우는 한편, 대규모 이민과 기후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동맹이 약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더 약하게 만든다”며 “서구의 ‘관리된 쇠퇴’를 정중히 관리하는 수호자가 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나토 방위비 압박, 그리고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발언으로 유럽은 미국의 전략적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루비오의 이번 연설은 이런 불안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리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약속은 부족했다. 러시아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제시되지 않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매우 안심이 됐다”고 평가했고, 독일 외무장관은 루비오를 “진정한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리투아니아 전 외무장관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는 로이터통신에 “이민과 탈산업화를 ‘문명 쇠퇴’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은 유럽의 핵심 공동 이익이 아니다. 유럽의 공동 이익은 안보”라고 선을 그었다.
회의장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는 우크라이나였다.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밀어붙이고,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 협상은 다음 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된다. 혹한 속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며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너무 자주 양보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양보를 자주 언급하지만, 그 양보는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오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평화 협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러시아가 진지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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