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두율 변호사
[파이낸셜뉴스] 설 연휴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재산 분배 문제가 화두에 오르면 가족 간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상속 갈등은 단순히 '누가 더 받는가'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공정한가에 대한 문제다.
우리나라 상속제도는 가부장적 질서에서 출발해 실질적 평등을 향해 진화해 왔다. 민법 시행 이전에는 장남이 모든 유산을 승계했고, 여성에게는 상속권조차 없었다. 1961년에 시행된 제정 민법 하에서도 차별이 남아 있었다. 호주 상속 시에는 상속분의 5할(1/2)을 가산했지만, 여성은 호주 상속하지 않는 남자의 절반(1/2), 결혼한 여성은 그 절반의 절반(1/4)만을 상속 받았다.
1991년에 이르러서야 공동상속인들 간에 평등 상속이 실현됐다. 그러나 단순히 'n분의 1'로 나누는 기계적 평등은 공정한 결과를 담보하지 않았다. 부양의무를 외면한 상속인이 평생 부모 또는 자식을 부양한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를 주장하는 현실은 일반적인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았다.
이에 올해 1월 1일부터 직계존속 상속권 상실 제도(이른바 '구하라 법')가 시행됐으며, 이어 지난 2월 12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민법은 이 제도를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모든 상속인으로 전면 확대한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패륜적 행위를 한 상속인은 가정법원 선고에 따라 상속권을 잃게 되고, 그 배우자의 대습상속 역시 제한돼 상속권 상실 제도 실효성이 제고됐다.
또한 피상속인 생전에 특별한 부양이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기여한 대가로 이뤄진 증여는 유류분 산정 시 특별수익에서 제외한다. 헌신한 상속인의 몫을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유류분 반환 방식 역시 원물 반환이 아닌 '가액 반환'으로 명확히 규정, 부동산 등 상속재산 공유 관계에서 발생하는 추가 분쟁과 거래 불안을 줄이고자 했다.
다만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해서 실무상 혼란이 곧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속권 상실과 기여분을 둘러싼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상속권 상실 판단 기준인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판례가 쌓이기 전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생전의 준비다. 상속인들 사이의 막연한 인정에 기대기보다는 명확한 기록과 합의를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유언장에 단순히 재산 분배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특정 상속인의 부양과 기여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남겨둔다면, 향후 특별한 부양에 대한 입증 자료가 될 수 있다. 사전 증여 시 부양 조건을 명시한 '부담부 증여계약'을 체결하거나, '유언대용신탁' 등을 활용하는 것도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정의 균열이 소송으로 번지기 전에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평한 상속은 남겨진 가족의 유대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번 설 명절이 서로의 기여와 헌신을 인정하는 합리적인 대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며, 새해에는 모든 가정에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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