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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사자’ 자산주 열풍...기업들 잇따라 ‘재평가’ 카드 꺼내는 이유는 [fn마켓워치]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9 10:11

수정 2026.02.19 10:11

유휴 부지 개발과 취득원가의 한계가 낳은 필연적 선택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대주주들의 '골든 타임'


[파이낸셜뉴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수십 년간 장부상 가액으로 묶여있던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현실화하는 이른바 ‘자산 재평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대한 명분으로 주주 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대규모 부동산 개발 및 재건축 시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일 부동산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산재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기존 부지에 대한 재개발 이슈가 있을 때 단행된다.

이는 회계상 ‘취득원가’가 가진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취득원가는 자산의 매입이나 준공 시점에 맞춰 장부에 기록되는데, 수십 년전 자산을 취득했다면 고착된 이 수치는 실질적인 현재의 시장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특히 저층 건물을 헐고 대규모 빌딩을 세우는 재개발 과정에서는 극단적인 회계적 난센스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토지 장부가액은 30~40년 전 취득가인 10억 원으로 묶여 있는데, 그 위에 새로 준공되는 빌딩은 현재 물가가 반영된 3000억 원의 가치로 기재되는 식이다.

10억원짜리 땅 위에 3000억원 규모의 건물이 올라가는 앞뒤 맞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준공 시점에 맞춘 재평가는 필수적이다.

또한, 초대형 빌딩 재개발에는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이 투입되어 대규모 대출이 불가피하다. 이때 자산재평가로 자본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추면 금융권에서 유리한 금리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자산재평가는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전략적 사전 작업인 셈이다.

통상 부동산 개발을 위한 인허가가 나고 착공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준공까지는 대주주들에게 이른바 ‘골든 타임’으로 불린다. 자산재평가로 기업 가치가 폭등하기 전,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승계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건물이 준공되어 자산 가치가 장부에 반영되고 나면 상속·증여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시계추가 멈춰있을 때 모든 설계를 마치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실제 이같은 자산 재평가의 폭발력은 과거 2009년 경방이 영등포 부지를 타임스퀘어로 개발하며 증명한 바 있다. 당시 1919년 창립 이래 묶여있던 토지 가치가 현실화되자 자산 가치는 수천억 원 단위로 불어났고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최근 삼표시멘트 역시 최근 토지 재평가를 통해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성수동 부동산에 대해 부동산 재개발 예정이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토지재평가가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시가총액 3000억원 규모의 A기업은 이러한 자산주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이 기업은 1983년 이후 단 한 번도 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단순히 허가를 기다리는 단계를 넘어 본사 부지가 이미 착공에 들어갔으며, 37층 트윈타워의 공사비 추정액만 최소 5000억원 이상인 초대형 트윈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건물 준공 후 임대 수익 및 분양 수익 등의 엄청난 현금까지 유입된다면 기업가치의 정체를 막을 수 없을 전망이다.

부동산 IB업계에서는 해당 건물이 준공될 경우 토지와 건물을 합친 실질 가치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1983년부터 즉 사실상 반세기 가까이 멈춰있던 자산의 시계추가 준공과 함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셈”이라며 “준공 시점에 맞춰 이 거대한 빌딩은 장부상 취득원가로 기입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맞춰 해당 토지의 평가가 이뤄질 경우, 현재의 시가총액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대적인 자산 재조명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자산재평가는 기업의 실질 자산력을 증명하는 안전판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부동산 개발 이슈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다.
자산재평가는 의무가 아니지만 취득원가는 피해 갈 수 없는 시세 반영이다”라고 덧붙였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