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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플레이션'에 원가압박 커져…'완제품' 가전업계는 울상

이동혁 기자,

임수빈 기자,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9 19:19

수정 2026.02.19 19:19

AI 슈퍼사이클에 메모리값 급등
스마트 가전 등 제조원가 높아져
신형 출시 앞둔 삼성·LG전자 부담
장기화땐 제품가격 인상 불가피
'칩플레이션'에 원가압박 커져…'완제품' 가전업계는 울상
인공지능(AI) 투자 확산이 메모리 업체에 이어 부품 업계까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이끄는 반면, 가전·정보기술(IT) 완제품 업체들은 원가 압박이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메모리 제조원가가 높아지면서 소비자 판매가격도 인상할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2026년 신형 제품 출시를 앞둔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AI 슈퍼사이클에 가전·IT '울상'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로봇청소기·스마트가전 등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강화한 신형 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가격 저항과 채산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느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려면 가전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메모리 탑재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제품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최근 로봇청소기 신제품 브리핑에서 "AI 기능 확대와 맞물려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구독 프로그램 도입과 협력사 협업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는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구독형 판매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가 일시불 대신 월 구독료 형태로 비용을 분산해 지불하도록 해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카드사 제휴 할인 등을 통해 체감가격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협력사와의 공급망 협업을 강화해 부품 조달비용 상승분을 최대한 흡수하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반도체 가격 상승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구독상품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구독 매출만 2조원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대형 가전을 중심으로 구독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가전제품 가격 인상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칩 인플레이션 장기화 시 타격 불가피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파이슨의 푸아 케인셍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 시장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며 메모리 확보에 실패한 전자·전장 업체들이 사업 축소나 시장 이탈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슨은 글로벌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시장점유율 약 20%, 자동차 스토리지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는 핵심 업체다.

이미 메모리 가격은 올해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낸드플래시는 55~6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제품을 전 분기 대비 최대 두 배 가까이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가격 전반이 상승하는 '칩 인플레이션'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구리·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전 업계에 미치는 원가 압박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 영향으로 이달 말 진행되는 갤럭시 언팩 2026에서 공개될 S26 시리즈 가격도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AI 기능 강화를 위해 고성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 이미지센서 등 핵심 반도체 탑재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능 확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반도체 확보 능력 자체가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협상력이 약한 중소업체는 하반기부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대형 업체 역시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정원일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