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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체험' 했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구독료…'숨은 갱신'의 덫 [소비의 정석]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2 15:00

수정 2026.02.22 15:00

소비자 울리는 다크패턴의 덫② - '숨은 갱신' 유형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숨은갱신' 관련 모바일 게임 무료체험 페이지 예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숨은갱신' 관련 모바일 게임 무료체험 페이지 예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A씨는 소셜미디어 광고에 뜬 홈트레이닝 앱 '7일 무료 체험' 광고를 보고 '공짜인데 한 번 해보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다. 며칠 사용하다 흥미를 잃어 더 이상 접속하지 않았고, 당연히 체험 기간이 끝나면 서비스도 종료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뒤 카드 명세서를 확인하던 중 매달 구독료 2만원이 자동 결제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사업자는 “무료체험을 신청할 때 기간 종료 후 유료로 전환된다는 조항에 동의했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비슷한 사례로 B씨는 한 달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는 온라인 게임 광고를 보고 가입했지만, 무료 체험 기간 동안 몇 차례 이용해보다가 더 이상 접속하지 않았다.

이후 1년이 넘어서야 그 동안 매월 3만원씩 이용료가 빠져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B씨는 매월 결제가 이루어지는 동안 단 한 번도 고지를 받지 못했다며 전액 환불을 요구했지만, 사업자는 A씨의 사례와 동일한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다만 게임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6개월 요금에 해당하는 금액만 환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내가 언제 이런 걸 가입했지?"…나도 모르게 돈 빠져나가는 '숨은 갱신'
22일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시장감시팀에 따르면 위 사례처럼 무료 체험이나 할인 기간을 앞세워 가입을 유도한 뒤,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유료 정기결제로 전환하는 것은 다크패턴의 일종인 '숨은 갱신'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무료체험이 끝나면 거래도 종료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별도 조치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기반 서비스는 실물 상품이 오가지 않아 자신이 여전히 거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이에 수개월을 넘겨서야 자동결제를 인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구독경제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피해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유료 전환 안내를 작은 글씨로 배치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두는 경우, 멤버십 요금 인상 동의를 상품 결제 화면에 함께 포함시키는 등 '꼼수'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지난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명 쇼핑몰 C사가 멤버십 요금 인상 동의를 소비자가 상품 구매 시 익숙하게 누르는 구매 결제 창에 포함시킨 행위를 소비자 기만행위로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태료 105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명확한 동의 없는 정기결제는 위법
전자상거래법은 숨은갱신 유형의 다크패턴 행위에 대해 제13조(신원 및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의 제공)의 제6항 조항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정기결제 대금이 인상되거나 무료 제공 후 유료 정기결제로 전환되는 경우, 사업자가 전환 전에 가격 변동 내용과 결제 방법을 명확히 알리고 소비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최초에 유료 결제로 전환된다는 점을 안내하였더라도, 유료 결제 사실에 대해서는 따로 명확한 동의를 받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오는 7월 21일부터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무료 체험이나 할인 혜택을 제공 받을 때 유료 전환 조건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명확한 동의 없이 결제가 이뤄졌다면 사업자에 이의를 제기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