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찧고 엉엉 울다 다시 비행… NBC도 극찬한 '투혼'
척추에 철심 6개 박고 날아올라... 부상 공포 극복한 진짜 '악바리'
척추에 철심 6개 박고 날아올라... 부상 공포 극복한 진짜 '악바리'
[파이낸셜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최가온(18·세화여고). 최근 그의 이름 앞에는 영광스러운 수식어 대신 '금수저'라는 뜻밖의 꼬리표가 붙었다.
거주지로 알려진 고가 아파트의 입주민 현수막이 화제가 되면서, 일각에서는 "막대한 경제적 배경이 뒷받침된 결과"라며 그의 성취를 깎아내리려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는 척추에 굵은 철심을 박고 7m 얼음벽 위를 날아오른 18세 소녀의 처절한 사투가 숨어 있다.
최근 스노보드 팬들 사이에서는 최가온의 과거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이 재조명되며 숙연함을 안기고 있다.
사진 속 최가온의 척추에는 뼈를 고정하기 위한 크고 날카로운 철심 여러 개가 박혀 있다.
최가온 역시 지난 2024년 척추가 크게 손상되는 중상을 입고 선수 생명을 건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처럼 그가 부모님 재력으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온실 속 화초'였다면 어땠을까.
누리꾼들조차 해당 엑스레이를 보며 "나이를 떠나 존경스럽다", "말 그대로 몸을 갈아서 만든 금메달"이라며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가온의 진짜 가치는 돈이 아니라 결선 무대에서 보여준 '투혼'에 있었다.
결선 1차 시기, 최가온은 두 번째 점프 후 중심을 잃고 빙판에 머리와 허리를 강하게 찧었다. 의료진이 긴급 투입됐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 "넘어지고 위에서 엉엉 울었다. 여기서 올림픽을 그만해야 하나 싶었다"고 털어놓았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전광판에 기권을 의미하는 'DNS(출전하지 않음)' 표시가 잠시 뜨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만 말아봐"라는 아버지의 격려에 다시 출발대에 선 최가온은 마지막 3차 시기에서 기적을 썼다.
압도적인 높이와 완벽한 900도 회전, 그리고 720도 회전으로 이어지는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미국 주관방송사 NBC마저 이 장면을 대회 전반기 '10대 뉴스'로 선정하며 "클로이 킴의 3연패를 막아낸 유일한 선수는 한국의 17세 신예였다. 제자가 스승을 이긴 셈"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최가온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무릎에 힘이 빠질 때마다 이 악물고 버텼다. 한 번 넘어지면 나오는 '악바리 근성' 덕분"이라고 대역전극의 비결을 밝혔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자본력으로 점수를 매기는 종목이 아니다. 부모님의 재력이 공중에서 900도를 대신 돌아주지도 않는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7m 상공으로 솟구쳐 오른 것은 오직 최가온의 피땀 어린 노력과 척추에 철심을 박고도 포기하지 않은 집념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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