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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설업 위기, 건설만의 문제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3 19:17

수정 2026.02.23 19:17

지방 건설사 부실로 경제하방 우려
수도권·지방 분리해 대책 마련하길
중소건설사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이 지난해 말 1.71%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9%p 상승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중소건설사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이 지난해 말 1.71%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9%p 상승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지방 중소건설사에서 시작된 건설업 위기에 한국 경제 전반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집계한 중소건설사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 말 1.71%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9%p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일시적 업황둔화를 넘어서는 구조적 위험신호로 해석된다.

연체 증가에 그치지 않고 불황을 버티지 못해 문을 닫는 건설사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1월 기준 폐업신고를 한 중소건설사는 416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지방 건설사 비중이 64%로 수도권을 크게 웃돌았다. 건설업 전반이 어렵지만 충격은 지방에 더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건설투자와 시공실적 감소 등 경기부진의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는 가운데 실제 위기에 직면한 현장의 상황이 구체적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 근본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자리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분양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분양이 누적됐고, 이는 신규 착공 연기와 사업 축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금융여건 악화까지 겹쳤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현금흐름이 취약한 중소업체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 더구나 석유화학 등 지역별 주력산업 침체로 공장·플랜트 발주가 감소해 일감이 줄었다. 민간투자 위축과 공공발주 물량의 한계가 맞물리는 만성 불황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건설업 위기는 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 중소건설사의 부실 확대는 한국 경제 전반의 하방 압력을 키우는 신호다. 건설업은 고용과 자영업, 자재·설비업과 긴밀히 연결된 내수 기반 산업이다. 지방 업체가 무너지면 지역 일자리가 줄고 소비가 위축된다. 이는 다시 소상공인과 서비스업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특히 주력산업이 부진한 지역에서는 산업의 위기가 건설업 위기를 초래하고, 다시 지역경기 전반의 침체로 전이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미분양 증가와 자금경색이 장기화하면 부실이 금융권으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정부 전망보다 낮은 1.9%로 제시하며 건설투자 위축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건설업 부진이 이미 거시경제에 작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지역 중소건설사에서 시작된 위축이 경제 전반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건설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긴축 기조 속에서 유동성을 죄면 지방 부동산이 더 위축될 수 있고, 지방을 고려해 부양책을 확대하면 수도권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자칫 정책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이한 여건을 감안해 정교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수도권 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규제완화는 자제하되 지방의 미분양 해소와 유동성 위기 완화를 위한 한시적 금융지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공공SOC 역시 지역 수요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져 선별 투자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건설경기와 집값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분리해 접근하는 균형감각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