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7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져
공급 로드맵으로 시장 신뢰 높여야
공급 로드맵으로 시장 신뢰 높여야
주택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최근 뚜렷하게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16p 하락했다. 이 하락 폭은 2022년 7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향후 1년 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응답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심리지표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기대심리 둔화는 최근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 메시지와 일정 부분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이후 여러 차례 시장안정 의지를 밝혀왔다. 다주택자의 비거주 주택 매도 촉구, 다주택자 대출만기 연장 관행 개선 등 구체적 사안을 거론하며 정책의 방향을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4일에도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다"고 밝혔다. 다주택 보유 자체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에서 따르는 위험과 책임은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한민국 정상화'를 언급하며 주식시장 정상화와 마찬가지로 손익 역시 각자의 몫이라고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투기에 의해 과열된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일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한 부동산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8000여건으로 한 달 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양도세 중과 재개와 대출규제 강화를 앞두고 매물이 크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일부 인기 지역에서는 종전 최고가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기대심리 변화가 현장에서 실제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구조적 시장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다시 줄어들고 충분한 공급 기반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매물잠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기대지표의 개선만으로 중장기 가격 흐름을 낙관하기에는 여전히 변수들이 적지 않다.
매물 확대에 초점을 둔 정책이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면 그만큼 전세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산술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금 여력, 직장 이동, 학군 문제 등 개별 가구의 사정이 다양한 만큼 전세 수요는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간과한 채 부동산 정책에 속도만 낸다면 자칫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은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목표다. 다만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꺾였다고 해서 안도할 단계는 아니다. 부동산 정책 변화와 세제개편 일정에 따라 시장은 언제든 다시 출렁일 수 있다.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한 가격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는 단기적 변화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향후 수년간의 입주물량과 택지 확보 계획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공급 로드맵이 마련될 때 시장안정도 비로소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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