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그 스윙"… 연습경기 지배한 천재
지긋지긋한 햄스트링 악몽, 마침내 마침표 찍다
외인 듀오·나성범에 김도영까지… '완전체 타선' 기대감
WBC 넘어 정규시즌으로… 호랑이 군단의 '진짜 낭보'
지긋지긋한 햄스트링 악몽, 마침내 마침표 찍다
외인 듀오·나성범에 김도영까지… '완전체 타선' 기대감
WBC 넘어 정규시즌으로… 호랑이 군단의 '진짜 낭보'
[파이낸셜뉴스] "우리가 알던 김도영이 돌아왔다."
지난 26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구장.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 경기를 마친 류지현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흐뭇함이 번져 있었다. 지긋지긋한 부상의 터널을 빠져나와 완벽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천재 타자' 김도영(KIA)을 향한 확신의 찬사였다.
이날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도영은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5회 선두 타자로 나서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날카로운 안타로 시동을 건 그는, 타자 일순 후 다시 들어선 타석에서 2번 타자 안현민의 만루 홈런에 이어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연습 경기에서 터진 첫 홈런이자, 이전 경기까지 이어지던 방망이의 침묵을 단숨에 깨부수는 호쾌한 백투백 포였다. 타구가 방망이에 맞는 순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만장일치급으로 휩쓸었던 2024년의 폭발적인 스윙이 오버랩됐다.
단순한 연습 경기 홈런 한 방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김도영 본인에게 이 아치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2024년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며 거칠 것이 없었던 그에게 2025년은 악몽 그 자체였다. 강철 같았던 햄스트링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한 시즌에만 무려 두 차례나 햄스트링이 파열되며 결국 8월에 시즌 아웃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천재의 예기치 못한 좌절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조기에 접고 피나는 치료와 재활에 매달린 끝에 건강을 되찾았다. 류지현 감독은 김도영의 몸 상태가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는 보고를 받고 그를 과감히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사이판 1차 캠프를 무사히 완주한 김도영은 오키나와로 건너와서도 실전을 100% 소화하며 자신의 몸 상태에 붙어있던 물음표를 지워내고 있다. 가장 우려를 낳았던 수비 역시 삼성전에서 3루수로 5이닝을 소화하는 등 출전 시간을 안정적으로 늘려가며 대표팀 내야진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김도영의 완벽한 부활에 대표팀이 안도하고 있다면, 이 소식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가장 크게 웃고 있는 쪽은 따로 있다. 바로 이범호 감독과 KIA 타이거즈 팬들이다.
현재 KIA 타이거즈 타선에서 김도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히 '타선의 절반'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테랑 최형우와 핵심 내야수 박찬호가 타 팀으로 이적한 현 상황에서 김도영은 KIA가 가장 확실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절대적인 구석이다.
상황이 마냥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려가 컸던 새 외국인 타자 데일과 카스트로가 현재 캠프에서 기대 이상의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중심을 잡아줘야 할 나성범 역시 현재까지 아무런 부상 소식 없이 묵묵히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퍼즐은 맞춰지고 있다. 데일과 카스트로가 제 몫을 해주고 나성범이 건강하게 버티는 가운데, '타선의 심장' 김도영이 예년의 파괴력을 보여준다면 KIA는 단숨에 꽤 괜찮은(?)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하게 된다. 최형우와 박찬호의 공백을 최소화하며 버틸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긴 시간 자신을 옭아매던 부상의 사슬을 끊고 비상할 준비를 마친 김도영. 개막을 앞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무사히 치르고, 정규 시즌을 건강하게 완주하는 것이 올해 그의 유일무이한 목표다.
"우리가 알던 김도영이 돌아왔다."
이 한마디는 이번 WBC를 바라보는 이범호 감독과 KIA 팬들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설레게 하는, 올봄 최고의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