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때 이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홈플러스가 27년 역사를 뒤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1년을 맞았지만 자산 매각과 자금 조달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회생계획 인가 법정 시한인 오는 4일 '공중분해'(청산)냐 '연명'(회생)이냐를 가를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결국 홈플러스의 생사는 막판 채권단의 극적 합의와 실효성 있는 자금 조달 여부에서 갈릴 전망이다. 법정 시한이 연기되거나 극적인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홈플러스는 사실상 파산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3000억 조달 난항..법원에 쏠리는 이목
1일 유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인가 가능성을 두고 법조계와 유통업계의 시선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재판부가 수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회생계획안을 관계인집회에 회부하지 않고 반려하는 '배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봉규 문앤김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채권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동의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동의를 얻지 못하면 회생절차는 폐지되고 파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점포와 물류센터 등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배분하는 정리 절차가 진행된다. 이 경우 한때 대형마트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의 사업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인가 시한을 한 차례(6개월)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법조계에서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설령, 회생 절차가 연장되더라도 현재의 유통 업황 속에서 현실적인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상황 반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동의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을 결정하는 '강제 인가' 카드도 있지만 적용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업황 악화에 규제까지 겹치며 내리막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으로 출범해 이마트와 함께 유통업계 '양강' 체제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2015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7조2000억원이라는 고가에 인수한 이후, 과도한 인수금융 이자 부담과 매출 감소가 겹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몰락 배경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외에도 촘촘하게 설계된 법적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과 유통산업발전법은 성장의 결정타가 됐다. 특히,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매출 기반을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마저 원천 봉쇄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홈플러스는 2021년 933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키우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같은 업황 악화 속에서 홈플러스는 2024년 말부터 납품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결국 지난해 3월 4일 기업회생절차를 기습적으로 신청해 약 11시간 만에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일환으로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도 추진했지만, 이 역시 현재까지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2024년 126개였던 점포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07개까지 줄었다.
홈플 생태계 붕괴 우려..극적 합의 나올까
홈플러스가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면 국내 유통 생태계의 파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에 따른 연쇄 부도와 동네 장보기 거점 역할을 한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사라지면서 소비자 불편도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파산은 단순한 한 기업의 소멸이 아니라 국내 유통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채권단 사이의 극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27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